열린 학교 운동장…치안·쓰레기는 어쩌나

2024.03.17 20:57 입력 2024.03.17 21:43 수정

서울시 체육시설·시청각실 등 개방 늘어…주민들 환영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학생들 안전·환경 문제는 숙제

학교 운동장과 체육시설이 지역 주민의 문화체육시설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인구 감소로 빈 공간이 늘어나는 학교를 주민들에게 개방해 교내 시설의 쓸모를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 내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 쓰레기 처리나 시설 훼손 등 부작용은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A고등학교는 하교가 마무리된 시간에도 정문이 열려 있었다. 이 학교는 평일 오후 9시, 주말 오후 6시까지 운동장을 개방한다. 당직 기사 정득수씨(60)는 “아침에도 주민 4~5명이 운동장을 돌며 산책하다 갔다”고 했다. 인근의 B중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선 오후 6시30분부터 퇴근한 직장인들이 운동장 트랙을 따라 러닝을 했다.

A고와 B중은 ‘강남개방학교’다. 강남구는 상업시설이 많아 ‘걸을 공간’이 부족한 지역 특성을 보완하고자 강남개방학교를 도입했다.

교실·수영장·시청각실 등 운동장 외 시설을 열어두는 학교도 적지 않다. 학내 시설 개방은 주로 시도 교육청 주도로 이뤄진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부터 학교시설예약 시스템에서 학교의 개방 시설 사용을 예약받는다. 주민들은 사전에 승인받고 이용료를 내 정해진 시간에 학교 시설을 쓸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활용도가 낮아진 학교 공간에 새로운 주민 시설을 세우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200개교의 교내 빈 공간에 돌봄교실·주차장 등을 갖춘 ‘학교복합시설’을 신설한다.

학교 시설 개방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교 공백을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학교의 자원을 주민과 공유하면 공간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도 줄고 폐교도 많아져 학교를 개방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도록 유도하는 목적도 있다. 학교에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제공해 주민들의 수요를 맞추면 지역소멸도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이모씨(53)는 “우리 동네에 공원도, 열린 운동장도 없다면 지금처럼 자주 밖에 나올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학교 개방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감시·단속 인력을 배치해도 불특정 외부인의 출입은 언제든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강남개방학교로 문을 열었던 C학교는 범죄 우려가 크다는 민원이 제기돼 반년 만에 개방을 철회했다.

늘봄학교 등 학교에 돌봄 기능이 추가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상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요즘은 학생이 학교에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학교가 지역사회의 편의시설처럼 치부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쓰레기 등으로 고충을 겪는 학교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개방학교에 주민들을 감독하고 시설물을 청소하는 ‘스쿨매니저’를 파견하고 있다. 신규 학교복합시설에는 학생과 주민 출입구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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