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잦은 성형수술

지하철역은 거대한 ‘성형광고 터널’

2014.03.13 06:00

압구정역 110여개 다닥다닥… 일상 속 ‘성형 환상’ 부추겨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광고는 얼마나 많을까.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압구정·신사역을 둘러봤다. 지하철 3호선 1호차 내부 벽면에 부착된 광고물 총 12개 중 7개는 성형외과를 홍보하는 광고였다. 기자가 어느 위치에 앉거나 서 있어도 성형외과 광고가 보였다.

신사역에 도착하니 “ㄱ성형외과에 오신 분은 2번 출구로 나오세요”라는 광고방송이 나왔다. 신사역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자 개찰구 벽면에 5명의 여성 모델이 정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성형광고가 눈에 띄었다.

각각의 모델 사진에 ‘눈 성형, 코 성형, 얼굴 지방이식’ 등 그들이 받은 수술명이 쓰여 있었다. 출구로 향하는 길마다 대형·소형 광고가 붙어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벽 전면에 붙은 광고도 있었다.

12일 오후 시민들이 양쪽 벽이 성형외과 광고로 빼곡한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입구를 내려가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12일 오후 시민들이 양쪽 벽이 성형외과 광고로 빼곡한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입구를 내려가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성형을 하고 그녀에게 고백했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등 출구마다 붙은 광고 수는 40개가 훌쩍 넘었다. 광고물마다 “출혈, 감염, 신경손상, 비대칭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문구가 쓰였지만 발목 높이에 위치한 작은 글씨여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압구정역은 신사역에 비해 출구 수는 적었지만 성형광고는 더 많았다. 6개 출구와 복도, 역내 기둥 등에 설치된 광고는 110여개에 달했다.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들은 개찰구를 통과하거나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혹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역을 나설 때까지 끊임없이 성형외과 병원의 광고에 노출됐다. 지하철역 안은 그 자체가 성형광고 터널이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 심의현황’을 보면, 성형광고는 2011년 602건에서 2012년 3248건으로 1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의료광고에서 성형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6.6%로 의료광고 4개 중 1개는 성형광고였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진선 활동가는 “시민들이 성형광고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성형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고,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갖도록 강요당한다”며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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