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끝이 날까요…코로나 블루에 영혼이 잠겼다

2020.09.07 21:09 입력 2020.09.07 22:07 수정

‘사라진 평범한 일상’ 고립·무력감 호소 늘어

식물 기르기·십자수 등 ‘집콕 취미’ 가져보고

긍정적 마음 잃지 말아야

언제쯤 끝이 날까요…코로나 블루에 영혼이 잠겼다

취업준비생 이정화씨(26)의 늦여름은 우울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광복절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어학시험을 본 뒤로 계속 집에만 있었다. 답답한 자취방에만 있다 보니 공부도 자기소개서도 손에 잘 안 잡힌다. “8월 마지막 주엔 생일도 있었는데 약속이 다 취소됐어요. 친구 한 명이랑 집에만 있다가, 집 앞에서 떡볶이 먹고….” 이씨는 빔 프로젝터로 노래방 반주를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겨우 스트레스를 푼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에 강화된 2단계 거리 두기(2.5단계) 방역조치가 시행되며 코로나 블루는 더 심해졌다. 다중이용시설 이용 중단 또는 제한으로 ‘평범한 일상’이 어려워졌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조소영씨(26)는 “만나서 스터디 할 수 없으니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구글 미트(Google Meet)’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몰입도가 떨어져 온라인 스터디를 안 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용도 없어서 공부거리, 할거리만 찾다가 하루가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해 여행사에 취업한 김병철씨(31)는 올해 한 번도 해외에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일감도 줄어 재택근무 중이다. 김씨는 “출장을 빼도 1년에 4~5번은 여행을 갔다. 올 초만 해도 여행을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았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고 포기한 상태”라며 “사진 찍기, 밴드 활동, 노래방 가는 것도 취미였는데 셋 다 날아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인터넷 기기를 이용해 코로나 블루를 이길 대안을 찾는 반면, 노인들은 고립된 상황을 그저 견디는 경우가 많다. 인천의 신옥자씨(76)는 “집에 있으니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없다. 일주일에 3~4번은 지하철을 타고 나들이를 다녔는데 그것도 못 한다”며 “아파트 안에만 있다. 다리 운동을 해야 해서 조금씩 걷는다. 손주도 보고 싶고 친구 만나서 커피 한잔 하고 싶은데….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7일 기준 종합사회복지관 98개소, 노인종합복지관 36개소, 장애인복지관 50개소, 경로당 3465개소가 모두 휴관에 들어갔다.

가벼운 우울감을 넘어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유모씨(35)는 지난 5월 일을 그만뒀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세 아이의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2013년부터 7년 넘게 일했던 직장을 그만두며 경력단절 고민도 했다. 하지만 “학교도 못 가고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배달음식을 시켜주는 것도 한두번”이라는 생각에 결심했다. 그는 집에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챙기고 집안일도 전담한다. 줄어든 외부활동과 육아 스트레스가 겹쳐 유씨는 지난 7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병원 처방약을 먹으니 몽롱한 느낌이 들어 복용을 그만뒀다. 빨리 코로나19를 잠재우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7개월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를 이길 방법을 찾는 이들도 많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인 ‘집콕’ 활동으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식물 기르기, 십자수 등 다양한 집콕 활동이 소개된다. 성윤지씨(25)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5월부터 SNS에 웹툰을 연재했다. 그림을 컴퓨터로 옮기는 태블릿을 구입하고, 유튜브 강좌를 통해 그림 그리는 방법을 익혔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고갈을 조심해야 한다”며 “자신의 컨디션을 지켜보며 지칠 땐 쉬어야 한다. 생활 패턴이 바뀌면 힘들어지니 일상을 잘 유지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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