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배상’ 의사표명 왜… 옛 일본제철, 포스코 지분 등 재산압류 우려한 듯

2013.08.18 22:19 입력 2013.08.18 23:24 수정

투자보호협정 등 들어 일 정부, 반격 가능성

비슷한 소송 잇따를까… 중국서도 예민한 반응

신일철주금이 일제 강점기 징용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한 소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 주식 지분 5%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배상에 불응할 경우 가압류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일철주금 관계자가 “판결을 전혀 납득할 수 없지만, 민간기업으로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산케이신문에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국 징용피해자들의 소송투쟁과 한국 사법부의 판결이 일본 기업들을 배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한 ‘물리력’으로 작용한 셈이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투자보호협정 등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등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본 보수세력은 신일철주금의 배상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 따르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중국과도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930년대 ‘난징(南京)대학살’을 다룬 일본 책에 대해 중국 여성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2007년 중국 안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의 출판사가 배상명령을 받았고, 이의 강제집행을 요구하는 소송이 도쿄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여윤택(가운데), 이춘식(왼쪽)옹 등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와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자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여윤택(가운데), 이춘식(왼쪽)옹 등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와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자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원심을 파기한 이후 한국 사법부가 잇따라 일본 기업들에 배상책임 판결을 내리면서 일본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려 있다. 배상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 내 여론의 비판을 사게 되고, 배상명령을 거부할 경우 재산압류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등 해외에서 전개하는 비즈니스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여러 건의 강제징용 소송에 걸려 있고, 최근에는 군수업체 후지코시에 대해서도 소송이 제기되는 등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일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소송을 당한 일본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배상펀드 등을 만드는 방식이 거론돼 왔다. 외교전문가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교토산업대 교수도 최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뭉뚱그려 해결하는 기금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개인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지난달 10일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우리나라(일본)의 종래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한·일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 취지를 뒤집는 한국 사법부의 판결에 따른 기업 손실에 대해 한국 정부에 배상책임을 묻거나 한·일 투자보호협정 등을 근거로 압박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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