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 주민번호가 마구 떠돈다

2014.01.29 06:00

금융위, 수집 예방책 검토

‘제2의 카드대란’으로까지 불리는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3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건에서 정보내역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주민등록번호가 공통적으로 유출됐다.

자신도 모르는 새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은 대부분 주거상황이나 신용등급, 차 보유대수 등 사생활 형편 일부가 빠져나간 사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에서 주민등록번호는 그 사람의 개인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키’ 역할을 한다. 주민등록번호는 일단 유출되면 제2, 제3의 피해를 유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ㄱ씨는 28일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이전에도 유출된 적이 많다. 주민등록번호 자체만으로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자산상황이 유출된 게 더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당사자가 주민등록번호 노출에 비교적 덤덤한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워낙 다양한 분야에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어 중요한 개인정보라는 사실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는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본인 인증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2008년 옥션, GS칼텍스 등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는 유출 자체보다도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각종 범죄 등에 쓰이는 게 더 큰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반드시 기입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개인정보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만큼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관련 부처와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금융권에서도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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