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노출된 ‘마스터 키’ 주민번호

“주민번호, 공익보다 기본권 침해 큰 것 아닌지 논의 필요”

2014.01.29 06:00

개인정보 낱낱이 도난 위험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마치 고구마 줄기와 같다. 주민등록번호라는 줄기 하나를 잡아당기면, 그 사람의 온갖 개인적인 정보가 딸려 나와 모든 정보가 노출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주민등록번호가 그 사람의 온갖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마스터 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치기 해 평생 다른 사람 행세를 할 수도 있다.

교육이나 의료보험, 세금 납부와 같은 공적 영역은 물론이고, 새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조차 주민등록번호는 필수 입력사항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국가나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관리’ 측면에서는 한 가지 번호가 모든 영역에 통용되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도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연구원 이장희 박사는 28일 “주민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법의 목적인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실제 주민생활 편익을 위한 수단이 아닌 행정편의적인 수단이거나 국민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얻는 공익보다 기본권 침해의 불이익이 더 크진 않은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나’임을 인증하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수단으로써 주민등록번호를 삶의 온갖 영역에 사용해왔다.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는 것은 곧 나의 온갖 공적·사적 정보를 담아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도난당한 것과 같다.

이 박사는 “정보사회에서 일정한 코드로 개인의 정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정보보안의 문제와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주민등록번호가 그동안 이곳저곳에 범용으로 쓰여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한 가지 코드에 너무 많은 중요성과 기능을 부여할 경우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와 관련해 이날 정보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법원 허가를 통한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절차를 마련하는 등 관련 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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