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진도 팽목항 도착… 21일간 400여㎞ 걸어 ‘비극의 바다’에

2014.07.28 22:08 입력 2014.07.28 22:10 수정

십자가를 메고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8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안산 단원고를 출발한 지 21일 만이다.

커다란 십자가를 짊어지고 먼 길을 걸어온 김학일씨(52)의 목에는 아들 웅기군(17)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호진씨(56)는 아들 승현군(17)에게 전하는 ‘다음엔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길’이라는 메시지를 목에 걸었다. 승현군의 누나 아름씨(25)가 이들의 뒤를 따랐다. 그 뒤로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만장과 노란 우산의 행렬이 함께했다.

지난 8일부터 십자가를 메고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1일 만인 28일 오후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진도 | 이종섭 기자

지난 8일부터 십자가를 메고 도보순례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1일 만인 28일 오후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진도 | 이종섭 기자

지난 8일 단원고를 출발한 이들은 400여㎞를 걸어 27일 진도에 도착했다. 실종자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오전 5시부터 꼬박 12시간을 넘게 걸어 24㎞가량 떨어진 팽목항에 도착했다. 비가 온종일 퍼부었지만 행군은 멈추지 않았다.

아들을 가슴에 묻은 두 아버지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지만 20여일간의 행군에도 지친 표정은 찾기 어려웠다. 이씨는 “몸이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20일 정도 걷다 보니 힘든 것도 이겨내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팽목항에 다다르자 표정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이씨는 순례길을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다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304명이 몰살된 이곳에 1200리 90만보를 쉬지 않고 걸어왔다”며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실종자 가족에게는 ‘미안하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씨도 “팽목항에 도착하기 전에 실종자들을 모두 찾기 바랐지만 1명밖에 나오지 못했다”며 “우리의 기도와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실종자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29일 사고해역에서 미사를 올린 뒤 30일 다시 행군을 재개해 다음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400㎞가량을 더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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