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아파트 참사, 포스코 물난리 원인은…‘냉천’ ‘오어지’ 논란 부상

2022.09.08 14:23 입력 2022.09.08 15:05 수정

소방과 군 대원들이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9명에 대한 구조작업과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소방과 군 대원들이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9명에 대한 구조작업과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하는 참극과 남구 괴동동 일대 포항제철소 주변의 침수사태는 인근 ‘냉천’의 인위적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냉천 상류 오어지 수문개방 여부도 침수사태와 관련해 도마에 올랐다.

인덕동 주민들은 “냉천의 폭을 좁혀 범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포항시는 “하천 폭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적인 폭우의 영향으로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적절한 수해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냉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8.24㎞ 구간의 하천을 직강화하는 사업이었다. 하천 둔치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조성 폭이 각각 2m로 양쪽 구간을 모두 합하면 하천 폭이 8m 이상 줄어든 셈이다. 산책로 등 조성으로 지도상 25m가 좁아진 곳도 존재했다. 사고가 발생한 인덕동 아파트 냉천의 폭은 95m다.

주민들은 “하천의 폭 탓에 빨라진 유속이 칼로 베어내듯 지반을 파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경사가 급한 하천이어서 큰비가 쏟아지면 유속이 빨라진다”면서 “여기에다 경사를 완만하게 자연형 여울을 만드니까 강물이 미끄럼틀을 타듯 급속히 하류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폭우가 만조 시간대에 쏟아지면서 강물이 바다로 빠지지 못한 채 주변 냉천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범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경북도도 2018년 11월 냉천 하천정비 공사와 관련해 “재해에 취약한 하천 경사면을 보강해 유수 흐름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경북도 관계자는 “둔치 쪽은 유속이 빨라 침식 우려가 있으니 시설물을 과도하게 설치하지 말라는 감사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일 상류 신광천에서 냉천으로 이어지는 오천읍 항사리의 한 펜션과 문덕리의 공장은 지반 아래 토사가 모두 쓸려나가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6일 0시부터 오전6시30분까지는 포항 일대에 무려 317.1㎜의 물 폭탄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폭이 좁아진 냉천은 이날 오전 5시50분쯤 범람하면서 인덕동 아파트 4차선 도로를 넘어 40여분 뒤 직선거리로 40m에 떨어진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덮쳤다. 강물은 주변 대형 마트와 포항제철소까지 물에 잠기게 했다. 아파트 주민 김영태씨(49)는 “냉천이 범람하면서 10분도 안 돼 지하주차장이 잠겨버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냉천의 범람이 태풍을 대비해 저수지의 물을 사전 방류를 하지 않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잘못”이라고도 했다.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강성중씨(49)는 “‘힌남노’를 대비해 지난 5일 오어지 사전 방류를 요구했지만, 농어촌공사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 포항지소는 지난 5일 오어지의 저수량이 47%(오전 9시50분 기준)에 그쳐 사전 방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포항지소 관계자는 “통상 사전 방류는 저수량 80% 수준일 때 시행한다”며 “태풍에 6일 저수량 80%가 넘으면 방류가 되도록 수문을 열어놨다”고 해명했다.

포항시는 냉천의 폭이 좁아진 만큼 하천 바닥을 더욱 깊게 파는 등 ‘저수호환’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또 지방하천은 80년 빈도로 설계하는데 이번 시간당 강우는 500년 빈도를 훌쩍 넘고, 하루 강우량으로 보더라도 200년 빈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1시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한 펜션이 태풍으로 불어난 하천에 지반이 내려앉아 물에 반쯤 잠겨있다. 김현수 기자

6일 오후 1시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한 펜션이 태풍으로 불어난 하천에 지반이 내려앉아 물에 반쯤 잠겨있다. 김현수 기자

6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공장이 지반침하로 무너져 있다. 김현수 기자

6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공장이 지반침하로 무너져 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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