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재소환에 시청·경찰 ‘당혹’…신상폭로 피해 수사 착수

2024.06.07 14:00 입력 2024.06.07 20:44 수정

경남 밀양시 누리집에 올라온 게시물. 누리집 갈무리

경남 밀양시 누리집에 올라온 게시물. 누리집 갈무리

“휴~, 한마디로 말하면 답답합니다”

7일 경남 밀양시청 한 간부공무원이 최근 전국을 떠들썩게 만든 ‘밀양 성폭행 사건 재소환’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밀양시청 누리집에 접속하려면 평소보다 오래 걸렸고, ‘시민의 소리’ 코너에는 관련 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대부분 당시 사건 가해자라고 신상이 폭로된 직원의 인사 조처와 관련한 내용이다.

밀양시청 소속 특정기관의 전화는 불통이며, 특정부서는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됐다. 시청 직원은 “예삿일이 아니다”며 “화가 난 민원인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밀양시는 부시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유감을 나타내는 공식 입장을 발표할지 고민 중이다.

밀양시 관계자는 “20년 전의 사건이 소환되면서 밀양의 좋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며 “그동안 좋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는데…”라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의 누리집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누리집에는 지난 4일부터 200여건이 넘는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특정 직원의 인사 조처와 관련한 내용이다.

경남경찰은 당혹해하면서도 수십년 전의 일에 대해 사법처리가 끝나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성폭행 가해자 신상 폭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남경찰청은 사건과 무관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의 고소가 잇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가해자의 신상을 폭로한 유튜브 영상들과 관련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진정된 사건은 7일 현재 모두 5건이다.

김해 중부경찰서에 2건(고소), 밀양경찰서에 3건(진정)의 소장이 각각 접수됐다. 이들은 한 유튜브 채널이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신상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특히 해당 유튜브 채널이 특정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 중이라고 밝혔던 한 네일아트숍은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가게 주인은 한 맘카페에 글을 올려, 한 유튜브 채널이 ‘가해 일당’으로 지목하면서 다른 유튜버가 사업장에 찾아오는 등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지금까지도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5일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잘못을 시인했다.

경찰은 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명예훼손·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 등이 폭로한 신상 정보와 영상 등은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경찰은 해당 유튜브 채널이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추가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의사도 밝혀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간 지속해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조사받던 피해자에게 ‘밀양 물 다 흐려놨다’라는 식으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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