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승인…특수고용 노동3권 인정

2017.11.03 21:54 입력 2017.11.03 22:15 수정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례

대리기사 노조는 신청 반려

정부 “노조법상 근로자만”

“입법·제도 마련 우선” 지적

정부가 택배기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였다.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지만 자영업자 신분인 ‘특수고용(특고)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함께 신고를 낸 대리운전기사 노조는 인정하지 않아 특고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일 “택배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출범한 택배노조가 지난 8월31일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낸 지 2개월여 만이다.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 같은 택배 본사의 지역대리점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어 일감을 받는다. 평균 노동시간이 주 70시간을 넘기는 등 근무여건은 열악하고 사고를 당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노동부는 택배기사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사측이 정한 배송절차와 요금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배송하는 점, 사측이 작성한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택배회사·대리점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점,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돼 업무를 하는 점 등을 들어 노조 설립을 받아들였다. 택배노조는 “택배노동자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노동부는 다만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택배기사에 대해서만 인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특고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 노조가 낸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대구지역의 대리운전 노조가 전국 단위로 확대·개편하는 것이 “두 노조(지역 단위·전국 단위)가 조직대상 등에 있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고노동자의 ‘전속성’을 기준으로 노조 인가 여부를 결정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속성은 노동자가 한 업체에 전속돼 일하는 정도를 뜻한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생계를 위해 여러 업체의 ‘콜’을 받는 대리기사가 많은 데다가, 배달대행앱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여러 사용자들과 접촉하는 호출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통 1주일 이내에 나오던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가 택배노조에는 2개월 이상 걸린 것, 대리운전노조의 설립신고가 반려된 점 등을 보면, 특고노동자의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제도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노조를 만들 수 있는 노동자를 규정한 노조법 2조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설립 신고를 받는 행정관청이 법조문을 협소하게 해석해 노조 만들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노조법 2조를 ‘계약형식과 관계없이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 등으로 개념을 넓혀 특고노동자의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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