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원산폭격···대체복무요원, 오늘도 참고 또 참는다

2020.09.29 16:06 입력 2020.09.30 07:59 수정

사회복무요원인 A씨와 동료들은 어느 날 담당 주무관 B씨로부터 회식 장소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식당에 도착하자 B씨는 이유없이 A씨 등에게 바닥에 머리를 박는, 속칭 ‘원산폭격’을 하게 했다. 이후에는 목을 조르고 뺨을 때리며 “인생을 왜 그렇게 XX같이 살아”라고 소리쳤다. A씨 등이 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는 C씨에게는 주당 60시간 넘게 일하는 일이 밥먹듯 흔하다. 상사가 어려운 일을 지시한 뒤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느리다”고 핀잔을 주며 일을 더 넘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근수당은 정해진 금액 외에는 받지 못한다. 상사는 개인 논문 교정 같은 사적인 일까지 시켰다.

이유없이 원산폭격···대체복무요원, 오늘도 참고 또 참는다

다음달 1일 ‘국군의날’을 맞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군복무대체요원들이 겪은 갑질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인이라면 최악의 경우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날 수 있지만, 복무기간을 채워야 하는 대체요원들은 사실상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신분상 제약으로 인해 갑질에 저항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체요원들은 상시적인 폭언에 시달리고, 종교활동을 강요받거나, 직원들의 사적 용무를 도와야 했다. 근로계약서보다 빨리 출근할 것을 지시받고, 야근도 강제로 이뤄졌다.

직장갑질119는 대체요원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병무청과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들을 노동자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충언 변호사는 “대체요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보자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익명 상담 제도 등이 필요하다”며 “배치기관 변경 사유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병무청이 발간한 병무통계연보를 보면, 사회복무요원 6만여명을 비롯해 전체 군복무대체요원은 약 10만명이다.

병무청은 “보충역복무자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복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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