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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보도, 국정원이 막고 방송사는 따랐다

2017.11.20 06:00

2011년 MBC·KBS 등 5개사에 ‘집회 뉴스 자제’ 요청 문건 확인

방송사들 “국정원 요청대로 조치” “기억 안 나”…검찰 조사 중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2011년 지상파 3사와 보도채널 2곳에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사들은 ‘종북좌파 시위’ 등으로 지적하며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대학가와 젊은층에서 확산되던 반값 등록금 집회를 막기 위해 국정원이 ‘보도 통제’에 나서고 방송사가 ‘부창부수’로 동조한 셈이다.

19일 경향신문이 2011년 6월9일 국정원이 작성한 ‘반값 등록금 시위 관련 보도 협조결과(방송)’ 문건을 확인한 결과, 국정원 2국은 “반값 등록금 시위와 관련해 6월8일 KBS 등 방송 5사 간부진을 대상으로 자극·선정적 보도를 자제토록 협조 요청했다”고 나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집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언급한 대학교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던 때다. 국정원 2국은 방송사 보도 부문 간부들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윗선에 보고했다.

문건을 보면, MBC 고위간부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대해 “대학생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종북좌파·야당 등이 연대, 내년 총선·대선정국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확실하다”며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예의 주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금일은 (나) 자신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보도하겠지만, (국정)원의 요청대로 선동적·자극적 장면을 철저히 배제하고 종북좌파들의 ‘무조건 반값 인하’ 주장이 갖는 허구성을 비판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부·여당에서는 이번 시위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도 했다.

KBS 중간간부는 “시위 양상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대정부 비판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 “금일 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했다. SBS 고위간부도 “등록금 문제는 중요 현안일 뿐 아니라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과격한 촛불시위 장면·정권퇴진 주장 피켓 문구 등 자극적·선정적 내용은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밖에 YTN 중간간부는 “무조건적인 시위만이 능사가 아니고 점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는 만큼 관련 내용 보도 시 (이를) 반영해 균형 보도토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고됐다. MBN 간부들은 “시위진압 등 자극적인 장면은 보도에서 배제하는 등 간략하게 보도할 방침”이라는 뜻을 국정원에 전했다.

이 무렵 방송사들은 등록금 관련 보도를 이어갔으나, 정치권의 공방을 다루거나 반값 등록금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의 내용이 많았다. 이 문건 내용에 대해 당시 MBC 고위간부는 “협조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고, KBS 중간간부는 “기억이 나지 않으며, 그런 식으로 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 문건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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