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고공농성에 메아리 없는 ‘4대강 정부’

2010.08.02 22:08 입력 2010.08.02 22:09 수정
여주 | 최인진·창녕 | 권기정 기자

4대 강에도 ‘소통’은 없다. “강을 그대로 두라”는 간절한 외침은 ‘단절’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다. 열흘 넘게 ‘고공농성’을 벌여도 소용없다. 정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중단없는 전진’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사업의 속도를 더 높이는 형국이다. 농성장에는 경찰 헬기를 띄우고 기동대를 추가 배치하면서 금방이라도 공권력을 투입할 것처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B>파헤쳐지는 금강</B>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가 충남도와 경남도에 4대강 사업 지속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가운데 충남 공주 금강 사업지구에서 금강보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주 | 연합뉴스

파헤쳐지는 금강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가 충남도와 경남도에 4대강 사업 지속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가운데 충남 공주 금강 사업지구에서 금강보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주 | 연합뉴스

“눈과 귀를 막았다” = 2일 경기 여주군 이포보 고공농성장. 21m 높이 교각 위에서 농성 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은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비가 내리면서 연일 계속된 폭염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염 처장 등은 교각 아래 동료들과의 무전기 교신에서 “(비가 내린) 덕분에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치 식량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현수막을 들고 교각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인 지 12일째. 이들이 교각 위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계단을 끊는 일이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알린 것이다.

지금 교각 근처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도, 또 나올 수도 없다. 농성을 지원하는 동료들도 교각 아래 200여m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먼발치에서 지켜볼 뿐이다. 말이 고공농성이지 ‘고립’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성자들이 교각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40도를 웃도는 폭염을 견디며 그냥 있는 것이다. 고공농성이라는 극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눈과 귀를 꽉 막은 정부를 원망하면서 말이다. 박창배 환경운동연합 상황실장은 “오죽했으면 저 위에 올라갔겠느냐.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 고공농성을 택한 것”이라며 “4대강에 대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 게 지금의 정부”라고 말했다.

“극단의 방법을 강요하고 있다” = 고공농성을 지켜보는 시민단체 회원들도 하루 하루가 걱정이다. 공권력 투입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단체와의 충돌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고공농성장에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경찰 병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기존 경비 병력 외에 경찰 기동대 1개 중대가 농성장 주변에 추가 배치됐다. 이어 경찰 헬기까지 저공비행을 잇달아 하면서 곧 진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는 “용산 망루농성, 쌍용자동차 도장공장 옥쇄파업, 그리고 지금의 4대강 고공농성까지 왜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대화에 나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공사재개 = 함안보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날 농성자들의 무사귀환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주최 기자회견장 주변에는 경찰 1개 중대가 배치돼 있었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시민단체는 “정부와 경찰이 농성자들을 외부인과 격리시키는 가혹한 인권탄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에서 “농성 중인 두 활동가들은 강력 범죄자도, 시정잡배도 아니다”라며 “최소한 하루에 한 번은 면회를 허락하고, 음식과 통신장비 지급을 막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어 “유명 정치인이라도 찾아오면 어쩌다 한 번 선심 쓰듯 면회를 허락할 뿐 취재진을 비롯한 어떤 외부인과도 접근을 막고 있다”며 “물과 음식, 소통을 위한 통신장비 공급도 극히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성장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그러거나 말거나’ 보 공사를 재개했다. 지난달 26일 공사장 입구의 계단식 어도 공사를 재개한 데 이어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에는 공사장 가물막이의 물을 빼내고 교각설치를 위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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