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동전까지 모두 가져간 살인강도

2016.05.06 07:27

그림 김상민 화백

그림 김상민 화백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인천시청과 남동공단을 연결하는 왕복 8차로 도로 구간인 이곳은 차량만 통행할 뿐 인적은 거의 없는 곳이다. 1㎞도 안되는 곳에는 인천 남동경찰서가 있다.

2007년 인천 남촌동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택시기사가 탔던 개인택시가  인근 골목길에서 발견돼 경찰들이 살펴보고 있다.|인천지방경찰청 제공

2007년 인천 남촌동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택시기사가 탔던 개인택시가 인근 골목길에서 발견돼 경찰들이 살펴보고 있다.|인천지방경찰청 제공

■ 굴다리 밑에서 발견된 시신


9년 전인 2007년 7월1일 오전 3시. 이날은 비가 억수로 많이 내렸다. 택시기사 ㄱ씨(당시 41세)는 소변을 보기 위해 고가 밑에 차를 잠시 세웠다. 택시에서 내려 굴다리 수풀쪽으로 걸어가던 ㄱ씨는 길가에 사람이 쓰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시신은 개인택시운전사 ㄴ씨(당시 43세)로 확인됐다. ㄴ씨는 우측 손목이 끈으로 묶여 있었고,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다.

경찰이 ㄴ씨 신원을 확인하고 있던 시간으로부터 1시간쯤 후인 오전 4시10분쯤. 사건 현장에서 2.5㎞ 정도 떨어진 인천 남구 관교중학교 뒤쪽 주택가 골목길에서 ㄴ씨가 몰던 SM5 개인택시가 발견됐다.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택시는 경적이 울리고 있었고 전조등이 깜빡거렸다. 뒷좌석에서 불이 나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한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택시 겉모습은 깨끗했지만 뒷좌석은 모두 타 버렸다. 범인이 택시를 타고 오다가 금품을 노리고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남동고가 밑에 시신을 유기하고, 차량은 좁은 골목길에 버린 전형적인 택시 강도 살인 사건이다

■ 택시 안의 현금은 사라지고…


ㄴ씨는 숨지기 하루 전날인 2007년 6월30일 저녁 친구(당시 43세)와 함께 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 헤어진 ㄴ씨의 친구는 이날 밤 10시30분쯤 ㄴ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고, ㄴ씨는 “도림동에 거의 왔다. 구월동 나이트클럽 쪽으로 간다”라고 대답했다.

그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도림동은 ㄴ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과 차로 10여 분 떨어진 거리였다. 버려진 택시와 숨진 ㄴ씨의 주머니에서는 ㄴ씨의 신분증과 현금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이 없어졌다. 택시 안에는 동전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운전석 문쪽 1000원짜리 뭉칫돈은 그대로 있었다. 경찰은 범인들이 미처 1000원짜리 지폐뭉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찰은 숨진 ㄴ씨가 승객을 가장한 강도에게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벌였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형사 32명으로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6개월간 집중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ㄴ씨의 손목을 묶은 끈과 담배꽁초, 혈흔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했다. 또한 택시에서 나온 ㄴ씨 이외에 다른 승객들의 유전자를 확보해 수사대상자 전원을 상대로 대조감정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특히 전국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사건 등 유사사건과 공조수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았다.

2007년 인천 남동구 남촌동 개인택시 운전기사가 시신으로 발견된 남동고가  굴다리.

2007년 인천 남동구 남촌동 개인택시 운전기사가 시신으로 발견된 남동고가 굴다리.

■불에 타 버려진 택시


ㄴ씨가 숨진 곳은 차량은 많이 다니지만 사람 통행은 드문 곳으로, 폐쇄회로(CC)TV도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가 버려진 관교중학교 주변의 우범자 등을 상대로 탐문조사를 했다.

관교중학교 뒷 골목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 힘든 좁은 골목길에 빌라촌이다. 택시기사는 평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심야에 혼자 운행해 범죄의 표적이 되곤 했다. 택시강도 사건이 발생해도 승객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범인의 유전자 정보를 찾기 힘들다. ㄴ씨를 살해한 뒤 차량 뒷 좌석에 불을 낸 것도 아주 작은 증거마저 남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천의 한 경찰관은 “택시강도는 CCTV가 없는 한적한 곳으로 목적지를 잡거나 택시기사를 안심시키려고 장거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인천 남촌동에서 개인택시 운전기사가 숨진 뒤 1시간 후에 인근 골목길에서 택시가 발견된 인천 관교중학교 뒤편 골목길.

2007년 인천 남촌동에서 개인택시 운전기사가 숨진 뒤 1시간 후에 인근 골목길에서 택시가 발견된 인천 관교중학교 뒤편 골목길.

최근 모든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와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으로 택시 강도는 많이 줄었다. 인천에는 영업용 택시 60개사 5385대와 개인택시 9000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 인천시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요즘은 승객들이 현금보다는 카드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인지 돈을 노린 택시 강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 관계자는 “남촌동 택시 강도살인 사건의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당시 조사에서 빠진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 제보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팀(032-455-2854·2855)으로 하면 된다. 다음 미제사건은 대전 갈마동 빌라 살인사건이다.

▶[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25)부산 온천동 커피숍 여주인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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