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존폐 공론화

“여성 건강권 언급 긍정적” “임신 책임지지 않는 분위기 우려”

2017.11.26 22:31 입력 2017.11.26 23:02 수정

찬반 시민단체 반응

청와대가 26일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밝히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부가 내년부터 진행키로 한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대해서는 낙태가 여전히 불법인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들은 임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여온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피임과 관련된 교육, 비혼모 지원, 실태조사, 입양문화 정착까지 언급했다는 것은 낙태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낙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선택권’ 등 굉장히 좁혀진 논점에서 제3자처럼 판단을 내리고 여성을 도덕적으로 비난해왔다”며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얼마나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는지에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진선 여성건강팀장은 “청와대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건강권·생명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현재 임신중절 수술이 불법인 상황에서 청와대가 진행하겠다는 실태조사가 현황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의 경험을 듣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 이유림 연구원은 “자연유산 유도약물인 ‘미프진’ 도입은 지금도 정부가 나서서 추진할 수 있는 일임에도 여기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며 “현재 모자보건법상 성폭력을 당한 여성 등 낙태를 허용하는 사례가 있는데도, 이들조차 한국에서 ‘미프진’이라는 약물을 구입하지 못하고 가장 트라우마가 심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낙태죄 찬성 측은 반발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이날 의견서를 내고 “임신을 하면 낙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는 것”이라며 “권리 주장만 있고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성관계를 하면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성관계라는 원인은 선택하면서 결과인 임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낙태의 문을 열었을 때 생명경시 풍조가 더 만연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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