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알·쓸·人·잡

혐오와 차별 깨는 무기 “공감과 행동”

2018.01.12 21:07 입력 2018.01.12 21:11 수정

동성애·성평등·노키즈존…

논란 뒤엔 사회적 약자 차별

타인이 마주한 위기와 슬픔

함께하려는 ‘공동체 힘’ 중요

대중과 인권의식이 만나는 최전위에서 활약 중인 김승섭 고려대 교수(왼쪽)와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대중과 인권의식이 만나는 최전위에서 활약 중인 김승섭 고려대 교수(왼쪽)와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일부 시청자들이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EBS를 찾아 로비에 드러눕고 울부짖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5일과 이달 1일 방송된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편에 대한 항의였다.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해 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평등’이 ‘동성애 법제화’의 전초 단계라는 종교계의 반발에 ‘성평등’만 사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는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했는데, 근거는 카페 테이블에서 기저귀를 가는 등 각종 ‘맘충’의 존재였다.

지금 한국 사회를 달구는 이슈의 배경엔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 차별의 근거는 종종 비과학적·비논리적이다. 김승섭 고려대 대학원 보건과학과 교수(39)는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학술적으로 정리가 끝났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73년 미국정신학의학회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서 동성애를 삭제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차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영업의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차별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차별이라는 근거에서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43)는 “아이 엄마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정관념화해 위축시키고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혐오표현의 전형적인 해악”이라고 말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차별은 무심결에 이뤄진다. 왜 웃자고 한 이야기를 성희롱으로 받아들일까, 정규직·비정규직의 처우가 다른 건 당연하지 않은가, 동성애를 비판한다는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차별에 대한 공통의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홍 교수는 “같은 말이라도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혐오표현과 차별에 대한 우리 공통의 감각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은 중요하다”며 “연결될수록 건강하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두 명의 인권전문가들을 만나 인권, 혐오, 차별, 소수자에 대해 물었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인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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