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나온 여검사 “옆자리 검사들 아무도 성추행 말리지 않았다”

2018.01.29 22:54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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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여성 검사가 과거 검찰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남 통영지청 소속인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ㄱ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ㄱ검사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상당 시간 동안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 안고 만지는 상당히 심한 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주위 누구도 말리지 않아”…“사과는커녕 인사상 불이익만”

서 검사는 이날 직접 출연한 JTBC에서도 당시 상황과 자신의 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당시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서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화가 난 것은 그 많던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성추행을)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누구도 말리지 않아 내가 환각을 경험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면서 “한 두달 후 법무부에서 ‘ㄱ 검사로부터 추행을 당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누군지 알고 있느냐’고 연락이 왔다.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아놓고, 뒤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란 생각 때문에 분노가 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내부게시판 글에서 “모욕감과 수치심을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당시만 해도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검찰 분위기,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의 이미지 실추,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 등의 이유로 고민하던 중 당시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며 “(하지만) 그 후 어떠한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법무부는 ㄱ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제보받았으나 제대로 진상파악을 하지 않았고, ㄱ검사는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했다.

서 검사는 이 사건 이후 인사상 불이익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받고, 사무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총장 경고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당하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인사발령의 배후에 ㄱ검사가 있다는 것을, ㄱ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던 ㄴ검사가 앞장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ㄴ검사는 현재 국회의원이다. ㄴ검사는 서 검사 성추행의 진상을 파악하려던 다른 검사를 불러 오히려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임에도 죄책감 시달려” …“내 잘못 아니란 걸 깨닫는데 8년 걸려”

서 검사는 “(당시) 너무나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며 “‘너 하나 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 떠들었다가는 그들이 너를 더더욱 무능하고 문제있고 이상한 검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어차피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입 다물고 그냥 근무해라’(라는 말을 듣고) 그저 제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JTBC에서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 뿐 아니라 성폭행 사건도 발생한 적 있지만 전부 비밀리에 덮고 갔다”면서 “(문제 삼는) 여검사들을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이란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공개적으로 방송에 나오기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이야기를 해야만 너의 진실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해서 용기를 얻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8년이란 시간 동안 내가 무언가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 하는 자책감이 컸다”면서 “이 자리를 빌어 성폭력 피해자분들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려주러 나왔다. 그걸 깨닫는데 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대검, “진상 조사하겠다”

한편 지난해 6월 검찰을 떠난 ㄱ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지만,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만 그 일이 검사 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말 서 검사의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대검 감찰본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비위자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사무감사 지적사항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가 올린 글에는 여러 검사들의 응원 댓글이 달렸고, 이제라도 감찰이나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ㄱ검사를 성추행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범행 당시 강제추행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였는데, 이미 고소가 가능한 기간(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유) 정률 전우정 변호사는 “다만 서 검사가 부당하게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면 공소시효가 7년인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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