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

2020.06.21 09:44 입력 2020.06.21 09:53 수정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 협박·폭행으로 번져

선 넘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 누가 멈출 것인가

지난 6월 2일,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지난 6월 2일, GZSS와 안정권 지지자를 자처한 괴한들이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를 폭행하고 있다. / 유튜브 강수산TV 캡처

지난 6월 2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휴대폰 매장.

‘GZSS’라고 적힌 검은 옷을 입은 일단의 건장한 청년들이 난입했다. 닫힌 문을 거칠게 두드리던 이들은 매장 주인이 문을 열자 다짜고짜 난입해 자신들의 대표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주인을 폭행했다. ‘나가달라’는 요청에 이들은 “휴대폰 수리하러 왔다”며 버티기도 했고, 매장 주인이 기르는 개를 쳐다보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행패’는 수십 분간 계속됐다. 이들의 ‘행패’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개소리타파TV’라는 우파성향 정치시사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송영훈씨(51)였다.

송씨가 전날 방송 등에서 GZSS라는 회사를 이끄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를 계속 비판하자 찾아와 보복 폭행한 것이다.

안씨 측은 이에 대해 이날 대구에 행사차 방문했고, “행사를 마친 안씨가 차에서 쉬는 동안 안씨 지지자들이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넘어 오프로 진출한 막말·협박
이에 앞선 지난 5월 31일. 극우성향 유튜버 배인규씨(30·활동명 ‘왕자’) 일행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주택가에 나타났다.

배씨는 확성기를 단 차를 타고 동네를 돌면서 “NTR 헬마우스 빨리 나와”라고 방송을 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NTR이란 ‘네토라레’라는 일본 서브컬처의 한 장르로 ‘남편의 눈앞에서 겁탈당하는 것을 즐기는 유부녀’라는 뜻이다.

배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지난 3월 중순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5·18은 불순세력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무장폭동이며, 최근에 공개된 미국 국무부 기밀문서 등에 따르면 실제 최초 사망자로 알려진 사람도 실제로는 광주 일원을 장악한 과격한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으로 죽여놓고 계엄군이 죽인 것으로 조작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배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인용했다는 기밀문서의 해석도 엉터리였다.

배씨의 주장을 가짜뉴스 검증 유튜버인 헬마우스팀이 검증해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 영상을 내놓자, 배씨는 헬마우스 진행자 임경빈씨에게 ‘자신과 만나 토론해 누가 맞는지 가려 보자’고 주장했다. 돌아오는 답이 없자 직접 거주지로 찾아가겠다고 영상을 통해 공언하다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지난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들의 정의연 규탄집회에서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들의 정의연 규탄집회에서 극우 유튜버 왕자 배인규씨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보수집회 ‘실력행사’ 전담 GZSS의 정체는
지난해 9월 <주간경향>은 ‘우파코인 맛들인 우파 유튜버의 폭주’에 대한 보도를 했다.

유튜브에서 소위 ‘우파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안 우파 유튜버들이 난립하는 상황을 다뤘다.

그로부터 9개월. ‘유튜브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부 우파 유튜버들의 ‘폭주’는 선을 넘어서 치닫는 중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 폭력과 위협, 협박이 벌어지고 있다. 위의 두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사례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다. 안정권이라는 극우 유튜버, 그리고 그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GZSS라는 회사다.

배씨는 안티페미 우파 유튜버 송시인씨(활동명 ‘시둥이’)와 함께 이른바 ‘안정권 사단’으로 불리고 있다.

송씨의 유튜브 편집자였던 배씨는 ‘짭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안정권 채널에 등장한 이래 지난 2월 ‘왕자’라는 채널을 개설해 극우성향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GZSS라고 적힌 검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소위 ‘태극기집회’ 때부터 보수단체 집회현장에서 자주 목격되곤 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구속 촉구 집회’ 때나 최근 정의연 이슈에서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고 있는 ‘수요시위 맞불집회’ 현장에서도 ‘실력행사’를 해왔다.

지난 총선 전후로 오프라인에서 보수단체 집회 풍경은 상당히 바뀌었다.

선거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던 태극기 집회는 자취를 감췄다. 보수가 대패한 선거결과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신 선거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 의원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주최하는 부정선거 규탄 집회가 거의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사전투표 조작 등을 통해 선거부정을 했다는 주장이다. 집회의 주 무대는 검찰과 선관위가 있는 서울 서초동으로 옮겨갔다.

당초 안씨 측은 이 ‘부정선거 이슈’에 부정적이었다.

안씨 측이 공개한 서초동 집회 영상을 보면 집회현장에 나타난 안씨가 연단에 선 가세연 김세의 대표에게 시비를 걸다 경찰에 제지당하는 영상이 여럿이다. 유튜브 상에선 가세연 측과 안씨 측의 비방·폭로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왜 이들은 온·오프를 넘나들며 다투는 것일까.

서초동 부정선거 집회에서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를 찾아가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는 극우성향 유튜버 안정권씨(가운데 선글래스를 쓴 인물) /GZSS 유튜브 캡처

서초동 부정선거 집회에서 가세연의 김세의 대표를 찾아가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는 극우성향 유튜버 안정권씨(가운데 선글래스를 쓴 인물) /GZSS 유튜브 캡처

“간단히 말하자면 돈 때문이다.”

안씨 측에게 폭행당한 송영훈씨의 말이다.

“운동이 광범위한 중간 세력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돈 문제에 얽히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안씨의 여러 행태를 비판한 것도 안씨가 주장하는 것은 우파 운동의 대의가 아니라 결국은 우파코인,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럴까.

지난 6월 7일 방영된 MBC 탐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앞서 GZSS 청년들의 폭행 장면이 방송되자 이 회사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나 실질적으로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안씨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이 회사는 서울 강남,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린 보수집회를 주도하고 있지만 공익법인이나 민간단체가 아닌 회사라는 사실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GZSS그룹은 스스로 ‘대한민국 최초의 반공회사’라고 표방하고 있다.)

외형상 회사의 본업은 쇼핑몰 운영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을 보면 페인트 그래피티 낙서가 된 야전 점퍼나 안정권씨의 얼굴이 들어간 머그컵, GZSS 로고가 적혀 있는 모자 등을 팔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회사는 2015년에 설립된 것으로 되어 있다.

거의 안씨 1인 회사처럼 운영이 되지만 등기부등본상의 대표나 등기임원 명단에 안씨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도소매유통업·물류업 등의 업종에 2018년 9월 인터넷방송 서비스업·스튜디오 대여업 등의 업종을 추가했다.

그러나 실제 상당 부분 수입을 올리는 곳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유튜브 방송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크게 광고와 슈퍼챗이다.

슈퍼챗은 채널운영자의 라이브 방송에서 채팅창 참여자들이 후원금을 쏴주는 형태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유튜브 채널 시청률 집계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GZSS팀’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슈퍼챗만으로 3302만원. 국내 1위였다. 직전까지 플레이보드가 집계한 전 세계 1위도 이 회사가 기록했다.

■ 슈퍼챗 1위 안정권 채널을 둘러싼 의혹들

GZSS 팀, GZSS 엔터테인먼트, 안정권 저장소 등 GZS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GZSS팀 유튜브 채널 캡처

GZSS 팀, GZSS 엔터테인먼트, 안정권 저장소 등 GZS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부분은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GZSS팀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급부상한 이 채널이 현재까지 슈퍼챗만으로 벌어들인 돈은 앞의 플레이보드 데이터에 따르면 약 4억6385만원이다.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업계에서는 GZSS 회사가 달성한 이 기록을 “믿기 힘든 수치”라고 말한다.

조회수나 구독자수, 채널 순위 등을 고려해보면 채널 구독자가 아무리 충성도가 높더라도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라는 것이다.

실제 GZSS와 안씨가 운영하는 여러 채널을 보면 슈퍼챗 이외에도 ‘문자은행’·‘후원계좌’·‘해피나눔’ 등 다양한 후원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등록 영상에는 항상 채널홍보와 함께 ‘슈퍼챗 후원하기’·‘계좌로 후원하기’ 등 자세한 후원방법 안내가 인트로 부분에 소개되어 있다.

단체도 아닌 기업이 후원금을 내는 것도 아닌 받는 주체가 될 수 있을까.

현행 기부금품 모집법에는 기부금품을 ‘명칭과 상관없이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부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돈을 내는 사람은 막연하게 ‘좋은 데 쓰려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게 결국 자신들의 영리 활동이나 생계 목적으로 모금하는 것이라면 후원금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며 “사실 유튜버들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사안이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에서 유튜버 후원금 문제는 차제에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행안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1000만원 이상 모으는 경우 모금 목적과 계획 등을 사전에 등록 지자체 등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상에서 후원금 모집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 아직 정리된 것은 없다”며 “만약 탈세나 위법사항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안씨와 GZSS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 취재하던 6월 15일 유튜브 측은 돌연 안씨와 GZSS 채널 슈퍼챗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관련 문의에 대해 유튜브 측은 “개별 콘텐츠나 채널과 관련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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