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로 머리 때리고 수술 실밥도 안 풀었는데 수영 시켜”

2020.07.06 16:58 입력 2020.07.06 22:05 수정

고 최숙현 동료들, 국회 밖에서도 피해 증언 잇따라

<b>국회서 폭로하는 고 최숙현 동료들</b>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국회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이 동석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폭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국회서 폭로하는 고 최숙현 동료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국회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왼쪽)이 동석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폭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전지훈련서 미성년 선수에
냄비·양동이로 술 먹이고
다른 팀 못 가게 온갖 협박
뺨 맞고 고막 터진 사례도”

최숙현 선수의 죽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주장 선수, 팀닥터의 가혹행위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뤄진 가혹행위는 알려진 것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선수의 추가 증언 내용은 더욱 끔찍했다.

이들은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을 통해 서면으로 밝힌 진술에 “뺨과 가슴, 명치를 주먹으로 맞는 것은 일상이었다”며 잔혹한 경험들을 담았다.

여기에는 “감독이 엎드려뻗치기를 시킨 다음 행거봉으로 때렸다” “감독한테 야구방망이로 많이 맞았다” “감독이 담배를 입에 물리고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진 선수도 있었다” “선수들을 도로 한복판에 세워놓고 욕하면서 때렸다”는 등 고문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내용들이 나열됐다.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도 적잖이 있었다. “감독이 화가 나서 청소기를 집어 던지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때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집어 던졌다”는 것부터 “합숙생활 중 맹장이 터져 수술을 받고 이틀 뒤 퇴원하며 실밥도 풀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시켰다. 그때 감독은 ‘반창고를 붙이고 수영하면 된다.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는 등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진정서를 통해 알려진 미성년자에 대한 음주 강요 정황도 이번 진술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한 선수는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회식 자리에서 감독이 당시 고등학생인 선수들에게 술을 먹이며 ‘토하고 마셔라. 이런 것도 못 버티는데 무슨 운동을 하냐’고 했다”며 “당시 고인도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화장실에서 엎어져 속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폭로했다. 서면 증언에 따르면 감독은 선수들에게 냄비와 양동이에 소주와 맥주를 타서 마시도록 했다.

계속되는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팀을 떠나려 할 때는 온갖 방해공작과 보복, 감시, 회유가 이어졌다. 팀을 옮기기 위해 이적 동의서를 써달라고 부탁하면 감독은 아예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또 그런 상황이 되면 외부인이나 다른 팀 선수들과 인사하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선수들의 증언이 나왔다.

한 선수는 “팀을 옮기면 주장 선수가 경기 중에 때리고 폭언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또 “팀에서 나온 뒤에는 감독이 ‘혹시 어딘가에서 전화가 오면 그냥 몸이 좋지 않아서 그만둔 거다’라고 말하라고 했다”는 선수도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용 의원은 회견 뒤 “주말 동안 추가 피해자를 6명 정도 만났다. 언론 앞에 서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그래도 정확하게 피해 내용을 진술해줘 도움이 됐다. 이 선수들 또한 따로 추가 고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웅 통합당 의원은 “피해가 일상화되었기에 선수들이 지금 어떤 것이 피해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금품을 줬던 부분까지 검토한 다음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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