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이태원보다 빠른 확산세…‘권고·자제’조치 실효성 의문

2020.08.16 21:08 입력 2020.08.16 21:09 수정

검사 받은 사랑제일교회 신도 800여명 중 200여명 확진

사흘간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에 병상 확보에도 ‘비상’

거리 두기 2단계, 사실상 1.5단계 그쳐 “실질적 강화를”

<b>떨어져 앉은 조계사 신도들</b>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79명을 기록한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신도들이 떨어져 앉아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3월8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권도현 기자

떨어져 앉은 조계사 신도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79명을 기록한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신도들이 떨어져 앉아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3월8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권도현 기자

“지금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지 않으면 전국 전파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가 2단계로 높아진 16일, 정부는 “현재 양상은 대규모 재유행의 초기 단계”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확진자 증가는 병상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검사자 4명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 등 최근 수도권 확산세의 주요 감염고리는 교회지만, 일부 교인들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추가 전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리 두기 상향이 ‘권고’ 혹은 ‘자제’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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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지역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이후 13명→32명→41명→69명→139명→237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대규모 집단감염은 교회를 통해 번지고 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249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는 목회자 3명 등이 포함돼 있다. 전광훈 목사 등 일부 구성원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해 추가 확산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전날까지 사랑제일교회 교인 4000여명 중 800여명을 검사한 결과 200여명이 확진돼 약 25%에 달하는 양성률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교인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박 1차장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을 무조건 양성 확진한다’는 거짓뉴스를 믿지 말아달라”며 “비협조는 여러분 생명과 가족, 지역공동체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덧붙였다.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4일부터 이날까지 총 548명 발생하면서 병상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경기·인천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1479개로, 이 가운데 이용 가능한 병상은 797개(53.9%)다. 다만 수도권의 중환자용 치료 병상 339개 중에는 28.6%인 97개만 남아 있다.

박 1차장은 “현재는 다소 여유가 있으나 급증 추세를 고려해 병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수도권에 병상 공동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확산세가 몇 달 전 대구 신천지교회나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집단감염보다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감염 집단이 더 다양하다”며 “수도권의 대규모 유행은 대구·경북 상황과 비교할 수 없는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리 두기 단계를 2단계로 높였지만 큰 방역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지난 6월28일 발표한 ‘거리 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을 보면, 2단계에서는 고위험시설에 ‘운영 중단’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날 적용된 지침은 운영 중단이 아닌 ‘방역수칙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 ‘실외 100명 이상, 실내 50명 이상의 모임’에도 ‘금지’ 대신 ‘자제 권고’가 시행됐다. 2단계 상향이 생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운영 중단 등을 취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제와 권고가 주가 되는 2단계는 사실상 1.5단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서 정부가 공언했던 내용과도 달라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며 “국민 협조 없이는 방역이 제대로 될 수 없는데,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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