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신고 땐 3월부터 ‘즉시 분리’…의무 조항 아니라 ‘한계’

2021.01.04 21:00 입력 2021.01.04 22:11 수정

‘정인이 사건’ 법적 대책은

실질적 보호 가장 중요한데 관련 법안 90여건은 국회 계류 중
경찰 “2회 신고 분리, 부작용 우려”…‘부실 대응’ 처벌 법안도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 재조명 이후 정치권에서 ‘제2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인이 사건’의 경우 어린이집 교사 등이 세 차례 신고했음에도 경찰 조사 단계에서 피해 아동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학대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4일 기준 90여건의 아동학대 방지 및 예방에 관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정인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어린이집 교사와 소아과 의사 등이 세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음에도 그때마다 ‘어디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 ‘담당자 변경’ 등의 이유로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리됐다는 점이다. 이에 당장 시급한 부분은 학대가 신고됐을 때 아동과 학대 부모를 분리하는 조치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1년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학대 부모와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제도가 오는 3월 시행되지만, 의무 조항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분리조치를 의무화한 법안으로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제출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있다. 아동이 전치 2주 이상 상해를 입었거나 현장 출동 및 학대 현장 발견 등 두 차례 이상 피해가 확인된 경우 반드시 보호시설로 인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0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출석 및 진술 요구에 학대 부모가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힘 청년조직인 청년의힘도 피해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격리해 조사하고 신변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방지 4법’을 준비 중이다. 사법경찰이나 아동보호 전담공무원이 피해 아동이 사는 곳을 드나들며 아동을 우선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동과 학대 부모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자료를 보면, 2018년 아동학대 2만4604건 가운데 피해 아동이 원래 가정으로 돌아간 경우가 82.0%(2만164건)로 가장 많았다. 분리 조치된 경우는 13.4%(3287건)에 그쳤다.

그러나 경찰은 ‘아동·부모 분리’ 취지엔 공감하지만 행정력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 의원 법안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신고 접수에 따른 현장 출동 건수가 2회 이상인 것만으로 보호시설 인도를 의무화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행위 유형 등을 종합 고려할 여지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이 현장 대응을 부실하게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정인이 사건’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 학대의 여러 징후에도 경찰이나 학대 전담공무원이 현장 대응을 부실하게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아동학대 형량을 높이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을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 징역으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3년 이내 재범 아동학대 가해자의 경우 형량을 2배까지 가중하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형법상 형량과 적지 않은 충돌이 발생한다는 문제로 논의의 진척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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