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10명 중 7명 백신 접종 못해…“정확한 정보 제공과 쉴 곳 마련 필요”

2021.06.16 14:24 입력 2021.06.16 16:02 수정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활동가들과 홈리스 당사자들이 16일 서울역광장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백신 보장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활동가들과 홈리스 당사자들이 16일 서울역광장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백신 보장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올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로 분류된 노숙인 10명 중 7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사자 등 다른 우선접종 대상자들은 10명 중 8명이 접종을 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시민단체는 코로나19 백신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접종 이후 쉴 공간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홈리스행동은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노숙인 70.3%가 백신 1차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 5월13일부터 2주간 노숙인 101명을 대면조사한 결과다. 미접종자들은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43.7%), “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33.8%) 접종을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시행 지침에 따르면 ‘노숙인 거주 및 이용 시설의 입소자와 이용자’는 2분기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다. 5월24일 기준 요양병원·요양시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취약시설 대상자의 1차 접종률은 82.8%에 달했지만 노숙인의 접종률은 29.7%에 그쳤다.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홈리스가 많다”며 “조사 과정에서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 전달로 불안감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스마트폰이 없어 백신 접종에서 정보 소외를 겪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의 ‘2020년도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홈리스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전에는 서울역 대합실 내 TV로 뉴스를 접할 수 있었지만, 올 초 서울역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에는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서울역 측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는 한 방편으로 대합실 TV에서 뉴스 대신 코레일 홍보 방송만 송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거리홈리스들은 공식적인 정보를 접할 창구가 많지 않은데 정보에 접근하는 몇 안 되는 창구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맑고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서울역광장 나무 그늘에서 거리홈리스들이 쉬고 있다.   / 김창길기자

맑고 더운 날씨를 보인 16일 서울역광장 나무 그늘에서 거리홈리스들이 쉬고 있다. / 김창길기자

노숙인 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것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다. 급식소나 노숙인 지원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숙인 A씨는 “노숙인 기관에서 홈리스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설명회를 했으면 좋겠다”며 “집 있는 사람들도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는데 집도 절도 없는 내가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은 접종 후 사후관리를 위한 임시거처 제공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숙인 김모씨는 “접종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는데 홈리스들은 접종 후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치료를 하거나 병원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백신인권팀 김성이 연구원은 “정부는 홈리스가 왜 접종을 받지 못하는지, 홈리스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홈리스에게 이상반응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감염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 제대로, 많이 접종해야만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