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보여주기식 ‘탈석탄 선언’? …정부, 선언에 공식 서명해놓고 “원론적 지지 차원”

2021.11.05 16:09 입력 2021.11.05 16:38 수정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현장.  AFP연합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현장. AF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주요 20개국(G20) 등 주요국은 2030년대, 그 외 국가들은 늦어도 2040년대까지 탈석탄 목표 정책을 편다는 내용의 ‘탈석탄 선언’에 공식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며칠 전 국제사회에 공식 발표한 탈석탄 시점인 2050년보다 탈석탄 시점을 앞당겨 명시한 국제사회의 선언에 동참한 것이다. 선언 내용을 이행하려면 현행 계획보다 훨씬 강도높은 탈석탄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원론적 내용에 대한 지지”였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기후위기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탈석탄 약속을 정부가 ‘보여주기’식으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4일(현지시간) 46개 국가가 서명한 ‘탈석탄 선언’이 발표됐다. 선언문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전세계 공동의 목표인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빠른 탈석탄을 해야 한다는 것을 공통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선언문은 구체적으로 주요 경제국들은 늦어도 2030년대, 전세계적으로는 늦어도 2040년대에는 탈석탄을 위한 기술과 정책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석탄 발전소에 대한 국내외 투자를 종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선언문에 서명을 함으로써 선언을 공식 지지했다. 한국 정부가 석탄 발전소를 짓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이번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베트남의 응이손 2호기와 붕앙2호기, 꽝짝 1호기, 인도네시아의 찌레본 2호기와 자바 9·10호기 건설에 투자했는데, 세 국가 모두 탈석탄 선언에 참여한 것이다. 의장국인 영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참여한 것을 별도로 언급하며 “COP26의 획기적인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5일 “선진국은 2030년대, 개발도상국은 2040년대에 석탄 발전을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이 선언에 따라 한국은 2030년대에 석탄 발전을 종결한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한국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석탄 발전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 기한을 설정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나란히 선언에 동참하며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해외 석탄 발전 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진행중인 해외 석탄 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수 차례 밝혀왔다.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COP26 연설에서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할 것”이라고 했다. 탈석탄 선언을 실제 이행하려면 지금보다 빠른 탈석탄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2030년 탈석탄’이라는 구체적 시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원론적 차원의 지지’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언문 자체가 2030년 탈석탄을 하겠다는게 아니라, 그런 전환을 위해 가속화하는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탈석탄 시점에 대해선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한다는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지 않았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도 분명히 표명했다”며 “한국의 탈석탄 시점은 2050년이라고 (국제사회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말한 ‘탈석탄 동맹(PPCA)는 2017년에 출범한 조직으로, 국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등도 가입돼 있다. PPCA는 ‘2030년 탈석탄’ 선언을 하지 않아도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중단, 석탄에 대한 금융지원 중단, 탈석탄 연도 시점 설정, 파리협약의 목표에 동의하면 가입할 수 있다. 중앙 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국내 지자체 상당수가 이 동맹에 가입돼 있다.

반면 공식 서명한 ‘탈석탄 선언’이 갖는 의미는 더 무겁다.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산업부가 내놓은 설명에 대해 “(이 선언이) 무엇인지 잘 몰랐거나, 그린워싱(친환경 이미지 세탁)을 하기 위해 서명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언문에 특정연도에 탈석탄 하기로 약속한다고는 안 나와있지만, 2030년대까지 탈석탄하기 위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한다는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선언”이라며 “외신 기자로부터 ‘한국이 이 선언에 사인 한 것 대단하다. 2030년대까지 탈석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의도 받았다. 주요 경제국인 한국이 서명한 것 자체가 그렇게 읽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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