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MBTI’로 알바·직원 뽑는 기업들

2022.01.27 21:02 입력 2022.01.27 21:03 수정

“내향형 ‘I’는 안 돼요, 외향형 ‘E’만 지원하세요”

27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MBTI 외향형(E) 성형 홀서빙 아르바이트생을 찾는다’는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홈페이지 캡쳐

27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MBTI 외향형(E) 성형 홀서빙 아르바이트생을 찾는다’는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홈페이지 캡쳐

활용 업체 “업무 적응에 중요”
구직자들은 “또 하나의 부담”
전문가 “객관적 기준 부적절”

‘저희는 MBTI를 보고 뽑아요. 외향형(E) 성향이신 분 많은 지원 바랍니다. 예외. ENTJ, ESFJ분들은 지원 불가입니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가 최근 내건 아르바이트생 구인공고의 일부 문구다. 이 공고를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MBTI가 공통 관심사로 자리 잡은 만큼 그럴 수 있다’는 의견과 ‘놀이문화일 뿐인 성격검사가 채용 기준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27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3곳을 둘러본 결과,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구인공고 중 MBTI 조건을 덧붙인 영업장은 총 8곳이다. 모두 식당·카페 등 음식점으로, 대부분이 ‘E’ 유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카페 주인 A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보니 외향형 친구들이 일에 빨리 적응하더라”며 “이왕이면 잘 맞는 사람끼리 모여 일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성격 유형은 4종류의 선호지표에 따라 달라진다.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외향형(E)과 내향형(I), 선호하는 인식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 판단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사고형(T)과 감정형(F), 선호하는 삶의 패턴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나눈다. 이 4가지 분류를 종합해 총 16가지 성격 유형이 만들어진다. 예컨대 ENTJ라면 ‘외향형+직관형+사고형+판단형’이 되는 식이다.

MBTI를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식품업체 아워홈은 지난해 공채부터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사례를 들어 소개하라’는 문항을 넣기 시작했다.

전선업체 LS전선은 2020년부터 자기소개서에 MBTI를 입력하도록 했다.

일부 구직자들은 “MBTI가 또 하나의 부담이 됐다”고 말한다. 대학생 김수빈씨(21)는 “알바 면접에서 INTP는 동료들이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라는 지적을 받아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며 “일부 기업이 자소서에 (MBTI를) 쓰게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알바까지 MBTI를 보는 건 심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종 면접에서 MBTI가 자기랑 상극인데 괜찮겠냐고 묻더라”며 “이젠 면접갈 때 대표 MBTI도 미리 공부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BTI를 객관적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박진영 연구원은 학술지 ‘한국 스켑틱’에서 “MBTI 검사에서 사용하는 설문 문항이 지나치게 단순해 중간을 허용하지 않고 A거나 B라는 식으로 성격을 양분한다”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었다기보다 내적 추론을 통해 탄생한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MBTI연구소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간이 검사는 정식 MBTI 검사가 아닌 만큼 맹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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