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유권자’ 시대 왔지만…학칙엔 정치활동하면 “퇴학”

2022.03.06 22:10 입력 2022.03.06 22:15 수정

시대착오적 학내 규정 여전

당국 ‘청소년=미성숙’ 인식

정치 참여 보장 논의 시작을

만 18세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첫 대통령 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청소년 유권자들의 활동은 여러 규정에 따라 제약받고 있다. 학생의 정치참여를 막거나 징계하는 생활규정도 곳곳에 있고, 청소년 유권자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교육당국의 인식도 여전하다. 청소년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기 위한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일부 고등학교들은 여전히 학생생활규정(학칙)을 통해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거나 이를 빌미로 퇴학까지 가능케 하고 있었다. 만 18세 청소년이 선거권을 얻은 2019년 이후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관련 학칙 정비에 나서 많은 학교가 개정을 마쳤지만, 여전히 시대착오적 규정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의 한 고등학교 학칙에는 “학생회 회원은 정당이나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었다. 여기서 ‘학생회 회원’은 본교 학생으로 규정돼 있어 사실상 모든 재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관악구 한 고등학교도 “학생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정치활동을 한 학생에게 퇴학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한 학교도 있었다.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는 징계기준에서 “정치 관여 행위나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학생”에게 최소 ‘특별교육이수’부터 최대 ‘퇴학’까지 징계하도록 규정했다.

모호하고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학생의 정치활동을 옥죄는 경우도 있다. 경북 구미의 한 고등학교는 “외부의 불순 세력에 가입 또는 연계되어 불순 행위나 정치성을 띤 활동을 한 자”를 퇴학에 처할 수 있고 “단 만 18세 이상이면서 정당한 활동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학생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학칙을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학생을 통제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만 18세 청소년이 참정권을 얻었는데도 아직 정부는 그들을 주체적으로 사고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어린아이들로만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기준으로 20대 대선 투표권을 가진 고교 3학년생 등 학생은 11만2932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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