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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 4년간 야외 방치…대진침대, 처리계획서 제출도 안 해

2022.10.09 14:49 입력 2022.10.09 15:36 수정

환경부 “폐기물 처리 의무 이행 안하면 행정대집행”

소각 후 대진침대 측에 7~8억원 상당 비용 청구할듯

전문가들 “안전한 매트리스 처리 방법부터 고민해야”

2018년 7월9일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에 수거된 2만여개의 매트리스가 빨간 방수포에 싸인 채 놓여 있다. 우철훈 기자

2018년 7월9일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에 수거된 2만여개의 매트리스가 빨간 방수포에 싸인 채 놓여 있다. 우철훈 기자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4년 넘게 야외에 방치 중인 대진침대가 법정 처리 시한이 지났지만 환경부에 폐기물 처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대진침대가 이달 안에 매트리스를 처리하지 않으면 강제로 소각한 뒤 비용을 청구할 방침인데, 소각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대기 중에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9일 ‘천안시가 대진침대 측에 9월30일까지 폐기물 처리계획서를 낼 것을 안내했으나 계획서를 미제출했다’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밝혔다. 환경부는 대진침대가 폐기물 처리를 이행하지 않으면 천안시를 통해 행정대집행을 할 방침이다. 행정대집행은 행정법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를 대신해 행정관청이 권리를 대행한 뒤 의무자에게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이다. 현재 방치돼 있는 매트리스를 전부 소각하는 데 드는 비용은 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몸에 좋은 음이온이 발생한다”며 판매된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정한 권고 기준치(200베크렐)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소식이 2018년 5월 알려졌다. 국무총리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같은 해 6월부터 우체국 직원들을 동원해 라돈 유발 성분인 모나자이트(희토류원소를 포함한 적갈색의 광물) 분말을 입힌 매트리스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이후 11만여개 매트리스와 침구류에서 모나자이트가 포함된 속커버와 스펀지를 분리해 480t가량을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 앞에 쌓아뒀다.

당시만 해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매트리스 처분 규정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 처분 기간과 방법을 규정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시행령은 천연방사성제품폐기물의 보관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다. 이에 따라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는 시행령이 적용된 지난해 9월10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난 올해 9월9일 보관 시한이 만료됐다.

전문가들은 행정대집행을 해도 환경 오염과 집행 비용 부담을 두고 잡음이 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라돈 침대가 시민들에게 어떤 건강 피해를 미쳤는지 정부가 조사하지 않았고, 그 사이 ‘침대를 사용한 사람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검찰과 법원에서 민·형사 결론이 나와 대진침대 측의 매트리스 처분 책임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2020년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은 맞지만 침대 사용과 폐암 발병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대진침대의 사기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소비자 69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실장은 “소각장 근처 주민이 매트리스 소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문제”라며 “안전하지 않은 소각 방식을 택하기보다 라돈 가스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밀폐장을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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