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은 사치, 녹차는 심으라는 거지방?

2023.05.20 10:25 입력 2023.05.20 10:30 수정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녹차 한 잔 샀다고 말하면 핀잔을 듣는 단체 대화방이 있습니다. 일명 ‘거지방’입니다. 누군가의 지출 내용이 올라오면 답변은 빠르게 이어집니다.

“녹차를 심어 키우세요.” “과소비 멈추세요.”

‘거지방’은 돈을 아껴 쓰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익명으로 소비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로 MZ세대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보고’합니다. 안 사도 되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을 말리고, 이모티콘으로 소비를 조장하지 말라는 유쾌한 농담도 주고받습니다.

지난 18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거지방’을 검색하니 활발하게 운영 중인 방이 다수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나이와 성별 등 입장에 조건을 두는 흐름도 생겼습니다. 2004년생 이상만 들어올 수 있게 한 뒤 대화방 이름을 ‘경로당’이라 이름 짓기도 합니다.

지난 18일 익명 단체대화방을 중심으로 ‘거지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갈무리. 양다영 PD

지난 18일 익명 단체대화방을 중심으로 ‘거지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갈무리. 양다영 PD

MZ세대 사이에서 거지방은 놀이가 됐습니다. 컵라면 ‘불닭볶음면’을 사도 되냐고 물으면 ‘사치’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날이 더워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사람에게는 얼음을 권하는 식입니다. 한 거지방 이용자의 ‘돈 없을 때 버블티 마시는 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놀이 문화가 바뀌었다고 진단합니다. 비싼 물건을 자랑하던 ‘플렉스’에서 절약하는 ‘짠테크’로 변화했다는 겁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절약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신의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확 오른 물가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등락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7% 올랐습니다. 2020년부터 매년 4월의 수치를 살펴보면 최근 3년 동안 오름세가 두드러집니다.

2020년 4월 0.0%
2021년 4월 2.5%
2022년 4월 4.8%
2023년 4월 3.7%
(통계청 소비자물가 전년 동월 대비 등락률)

다만 익명 공개 채팅방의 특성상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인하는 상품을 알려주겠다는 정체 모를 링크가 피싱 사이트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불닭볶음면은 사치, 녹차는 심으라는 거지방?[암호명3701]

잔소리 대신 식탁에서 하면 좋을 ‘1분 식톡’ 시리즈 마흔세 번째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암호명3701의 또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https://www.tiktok.com/@codename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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