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달라 했더니…” 5인 미만 사업장, 가장 큰 고충은 ‘이것’

2023.06.18 12:00 입력 2023.06.18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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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사장에게 밀린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가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사장은 A씨가 월급 이야기를 꺼낸 뒤 사소한 트집을 계속 잡았다. A씨는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 기분 따라 해고하고 새로 뽑고를 반복하면서 월급도 고의로 늦게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에서 소외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임금’ 관련 고충을 가장 크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받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상담 메일 216건 중 147건(68.0%·중복집계)이 ‘해고·임금’ 관련 상담이었다고 18일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조항을 거의 대부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자체가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상시 직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고·임금’ 관련 조항이 대표적이다. 부당해고 금지, 해고 사유 서면 통지 등 의무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비껴간다. 직장갑질119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3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1.1%는 ‘2022년 1월 이후 원치 않는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기업 노동자 응답률(7.2%)과 현격한 차를 보인다.

연장·야간·휴일근무 가산수당도 예외다. 위 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6.4%만 ‘연장노동수당을 받았다’고 답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은 40% 이상이 연장노동수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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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도 적용받지 못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보낸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 메일은 100건(46.2%)으로 ‘해고·임금’ 관련 메일의 뒤를 이었다.

한 직장인은 “난방기구도 안 되는 추운 곳에 따로 자리를 배치하고 그 누구도 한 적 없던 업무를 고의로 지시한다”며 “폭언을 당한 것도 ‘5인 미만이라서 처벌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고용노동부 감독관에게 들었다”고 했다. 사용자들이 사각지대를 악용해 괴롭힘을 가하며 노동자의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법들조차 5인 미만 사업장을 비껴갔다.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교부, 4대보험 가입, 육아휴직·육아기 단축근무 등은 5인 미만 사업장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상담 메일 중 44건(20.3%)가 이 같은 현행법 위반 사례였다.

신하나 변호사(직장갑질119 5인 미만 사업장 특별위원장)는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와 비교해 열악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변화하는 산업구조에서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주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권리금과 임차료이며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며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더 중요한 과제”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 교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꼭 지켜야 하는 의무입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절반 이상이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응답보다 훨씬 높은데요. 사업장 규모별로 노동인권까지 나뉘는 ‘K-직장신분제’일까요. 정부는 매일 ‘법과 원칙’을 말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서 법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최저임금’조차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지급 신고 비중이 갈수록 오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사장을 신고하려면 사실상 직장을 그만두는 등 남들보다 큰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만큼 절박한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감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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