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들 예산 잘못 집행해 ‘빈 곳간’…‘초과근무수당 축소’ 논란

2024.05.22 06:00 입력 2024.05.22 11:06 수정

행정처 “예산 산정과정 누락·오류 착오” 1~4월 과다집행

월 초과근무 인정 57시간 → 25시간 ‘이례적 상반기 조정’

직원들 “제한 문제 있어” 반발…행정처 “피해 없게 할 것”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조합원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초과근무수당 정상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조합원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초과근무수당 정상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부 지방법원이 초과근무수당 예산이 모자라 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 달에 최대 57시간까지 인정해온 법정 초과근무시간을 25시간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일을 해도 임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냐”며 반발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원행정처는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구체적인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향’을 안내하는 글을 올리고 “이달부터 월 25시간(기본 10시간+실적 15시간) 예산을 재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필요한 초과근무를 한 직원은 최대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초과근무시간 축소는 지난 16일부터 법원 직원들이 내부망에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하반기 초과근무수당이 대폭 삭감됐다” 등의 글을 올린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행정처는 “예산 산정 과정에서 누락·오류로 착오가 발생한 법원이 있었다”며 “일부 법원에서는 1~4월 초과근무수당을 과다 집행해 5월 이후 지급할 수당 예산이 현저히 부족한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법원이 편성한 초과근무수당액은 492억원으로, 지난해(482억원)보다 10억원가량 늘었다. 행정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로부터 배정받은 초과근무수당 편성 예산 중 60% 정도를 각급 법원에 재배정했고, 지난달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행정처는 이 속도라면 하반기에 인건비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행정처는 궁여지책으로 초과근무 인정 시간 축소 방안을 내놓았다. 대통령령인 ‘공무원 보수규정’은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월 최대 57시간까지 인정한다. 행정처는 내부망 공지문에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초과근무 인정 총량을 월 25시간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법원이 겪는 고질적인 예산 부족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법원은 과거에도 예산 부족 탓에 초과근무시간 총량을 줄인 적이 있다. 대부분 하반기에 이뤄졌다. 이번처럼 상반기에 단행되는 건 이례적이다. 초과근무수당 예산이 지난해보다 늘었는데도 벌써 바닥을 보인다는 점에서 예산 집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기별로 각 지방법원에 예산을 지급했는데, 올해부터는 재량권을 인정해 1년치 예산을 안내하고 집행하도록 했다. 행정처 관계자는 “예산 계획이 잘못 세워진 측면이 있다”며 “추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25시간 이상을 근무했는데 수당을 안 주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법원 내부망에는 “초과수당을 정상 지급하라”며 “25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정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장은 “애초에 57시간을 제대로 인정해준 적이 없었다”며 “25시간으로 재조정한 것은 사실상 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행정처 예산담당관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근본 원인인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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