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학살,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대상 아냐”···피해자 반발

2024.06.25 16:18 입력 2024.06.25 16:55 수정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사건 피해자와 한·베트남평화재단 활동가 등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의 신청 각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베트남 하미마을 학살사건 피해자와 한·베트남평화재단 활동가 등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진실화해위의 신청 각하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법원이 베트남 전쟁 시기 베트남 하미마을에 파병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25일 ‘하미학살’ 피해자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8)과 유가족 4명 등 총 5명이 진실화해위원회를 상대로 낸 진실화해위원회 신청 각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미학살은 베트남 전쟁 중인 1968년 2월24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주둔한 한국 해병 제2여단이 주둔지 인근에 있던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주민 15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학살된 151명 중에 10세 이하 어린이가 58명, 여성이 100명, 생후 1~2개월에 불과한 아이도 3명이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응우옌티탄은 2022년 4월 진실화해위에 하미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가 이듬해 5월 전원위원회에서 “전쟁 시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발생한 사건으로까지 확대해 진실규명을 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이에 피해자와 유족들은 “조사가 가능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 진실규명 조사 대상을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의 주장에 의하면 진실규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유족들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규명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권리구제 등을 신청할 방법이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진실화해위원회가 (하미학살 사건이) 과거사정리법의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응우옌티탄은 선고 뒤 화상 통화에서 “오늘 선고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고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베트남전 한국국 민간인 학살은 명확히 전쟁범죄인데,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진실규명을 거부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역사의 진실을 마주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진실화해위가 저희 요구를 받아들여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대리인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피해 구제 방법이 있으니 굳이 과거사정리법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설명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자와 유족들과 상의해서 다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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