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질 수 없는 ‘출사표’

2014.10.01 21:06 입력 2014.10.01 21:08 수정

선거나 경기에 나가기 전 각오를 밝힐 때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다’란 말을 많이 쓴다. 사람들은 이 표현을 ‘도전장을 내밀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경기, 경쟁 따위에 참가 의사를 밝히다’란 뜻의 관용구로 올라 있다.

그런데 ‘출사표를 던지다’란 표현은 한번쯤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출사표의 본뜻을 생각하면 출사표는 ‘던지다’와 어울릴 수 없는 단어다.

표(表)는 마음에 품은 생각을 적어서 임금에게 바치는 글로, 중국 삼국시대에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이 전쟁에 나가면서 뒤를 이을 왕에게 그 뜻을 적어 올린 글이 ‘출사표’다. 마음을 담아 쓴 글을 임금에게 ‘툭’ 던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출사표는 ‘바치다’나 ‘올리다’와 함께 써야 하는 말이다.

‘출사표를 던지다’는 사전에 있고 말의 쓰임도 변한다. 따라서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출사표’의 유래를 알고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다. 또한 선거에 나가는 후보자가 국민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는’ 게 말이 되는지, 바치지는 못해도 하다못해 ‘내놓다’ 정도로는 말해야 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앞에 나온 ‘딴지’는 ‘딴죽’이 바른말이다. ‘딴죽’은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해 딴전을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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