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이양 조약’ 공개돼야

2016.11.07 21:43 입력 2016.11.07 21:45 수정

‘박근혜·최순실 사건’은 ‘무책임 국가’의 민낯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체육 개혁’을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최순실 가족을 위한 개혁 말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에 집중하지 않고 일파의 안위를 챙긴 것이다. 이런 무책임한 나라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상읽기]‘전작권 이양 조약’ 공개돼야

지배자에게 국민을 우습게 보는 습성이 뼛속 깊이 배었다. 어느 관료가 국민을 ‘개·돼지’에 비유했는데 그만의 일이 아니다. 전두환 일파의 지시로 공수부대가 무고한 시민을 찌르고 때리고 죽였던 것도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배자는 왜 이렇게 국민을 업신여길까? 그들에게 더 중요한 힘이 오랫동안 따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헌법의 국민주권이 실제로 살아 있어, 국민의 힘이 온전하게 지배자를 지배했다면 전두환조차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무섭게 알았을 것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힘을 모아, 이를 바탕으로 나라를 유지했다면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최자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배자에게 오랫동안 국민보다 더 중요했던 힘이 무엇일까? 삼성과 같은 재벌일까? 물론 삼성의 힘은 세다. 혈당을 측정하는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가 의료기기 규제를 받지 않도록 법령이 바뀐 데에는 삼성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갤럭시7’ 단종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은 금전적 이익을 내지 못하면 존속하지 못할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삼성이 지배자들을 오랫동안 포획할 정도로 무한정한 자원을 제공할 수는 없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것도 최근의 5%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과 같이 가볍다.

대한민국이 무책임 국가가 된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 힘으로 제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방산비리는 왜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까?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대라면 무기도입 비리는 곧 군인들의 죽음과 전쟁 패배로 직결된다. 철저히 경계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군대에 방산비리는 별것 아니게 된다. 어차피 승패는 다른 데에서 결정되는데 이까짓 무기 비리쯤이야!

어느 짓을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 주는 체제에서 지배자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 핵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조차 제대로 없으면서 ‘북한의 핵사용 의심 시 평양을 지도상에서 없애 버릴 것’이라고 허세를 늘어놓는다. 국민의 안전을 제 힘으로 지키지 못하는 무책임이야말로 모든 무책임의 뿌리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일파의 안위를 챙긴 무책임도 여기에서 시작했다. 국민의 안위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한, 책임국가가 될 수 없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일본, 호주 등 그 어느 나라도 한국과 같이 극단적으로 전시 작전권을 이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시작전권 이양 비밀조약 공개가 중요하다. 한국은 1978년 7월27일 미국과 작전통제권 관련 약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17일 ‘한·미 연합군사령부 설치에 관한 각서’를 교환했다. 그런데 이 두 조약은 비밀조약이다. 전시작전권이라는 주권이 이양되었는데도 지배자는 조약을 비밀에 부치고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위헌이다. 누가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법적 주체인지조차 알 수 없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은 그저 누가 물러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제2, 제3의 박근혜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국민을 가장 무섭게 여기는 책임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 첫째 조건이 자신의 힘으로 안보를 해결하는 국가이다. 전시작전권을 이양한 비밀조약을 공개하는 것이 책임국가로 가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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