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

2017.09.25 21:11 입력 2019.02.12 15:58 수정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사촌이 새로 산 땅에 똥거름 선물을 주기 위해 어서 배가 아파야 하는데, 라는 훈훈한 미담이라는 얘기가 인터넷상에 종종 보입니다. 하지만 이 속담이 쓰이는 모두를 살펴보면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남이 잘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이 속담에는, 남이랄 수 없는 친척이지만 안 보면 남인 사이, 아버지 형제들의 자식이자 같은 촌수끼리인 사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옛 경제력의 상징, 땅이 나오죠.

부모·자식 간이 아닌 다음에야 형제 간에도 경쟁과 시기가 생기는 법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잘났다 하면 기뻐하고 형은 동생이 잘났다 하면 시기한다’라는 속담이 있고, ‘갈모형제’라고 해서, 비 올 때 비싼 갓을 적시지 않으려 기름종이를 주름 접고 고깔처럼 만들어 갓 위에 덮어씌우는 갈모로, 형이 동생보다 옹졸함을 일컫는 말도 만들어집니다. 갈모의 밑(동생)이 넓게 펴질수록 상대적으로 그 꼭지(형)는 더욱 작아 보이듯, 동생이 잘나갈수록 부모 눈에 차지 못한 형은 동생을 시기하기도 할 겁니다.

형제 간도 이러한데 그보다 먼 사촌이 잘나간다면 과연 기쁜 마음이 들까요? 사촌이 잘되어봐야 내게 돌아올 이익은 없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친척이다 보니 소식을 안 들을 수 없습니다. 그것도 멀리 풍문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친척들의 입을 통해 바로 곁에서 듣게 됩니다. 내가 못 나갈수록 비교되는 것 같아 속은 더욱 쓰립니다.

명절 때면 자식 둔 형제 간에 자식 자랑이 유난합니다. 내 자식이 이번에 어디 들어갔다, 요즘 얼마를 번다 등등. 듣는 형제도 제 자식 못난 것 같아 씁쓸한데 그 조카는 마음이 오죽할까요.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형제와 조카의 마음 상하는 줄 모르고 명절 자랑에만 여념 없는 이가 어쩌면 진짜 팔불출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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