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가리왕산의 복원

2018.02.22 20:54 입력 2018.02.22 21:07 수정

[녹색세상]요원한 가리왕산의 복원

지구촌 잔치인 동계올림픽이 마지막 열기를 불태우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큰 잔치를 치르는 집으로서의 자부심과 희열이 정점에 달해 있지만, 이제부터는 잔치 이후 감당해야 할 빚과 뒷수습을 냉정하게 생각해야만 할 시간이다. 60조원이 넘는 경제효과, 이 중 관광수익만 약 32조원. 관광수익만도 평창군민 1인당 7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는 지역경제에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내려는 숫자 놀음에 불과한 것이다. 동계올림픽이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이전 개최지의 사후 결과에 의해 검증되었고 최근 개최지일수록 더욱 심각한 결과를 보였다. 우리만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는 내가 산 로또복권의 1등 당첨을 확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많은 전문가가 만들어낸 예상이니 혹여 이 수치가 현실이 된다 치자. 그러면 과연 올림픽 전후로 발생한, 발생할 이 많은 수익은 어디로 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재정자립도 20%를 겨우 넘는 강원도의 주민이라면 막대한 인프라 예산의 투입 이전에 반드시 물어야 했을 질문이다. 명백한 사실은 평창군민, 강원도민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길 기대하는가? 강원도 방문 관광객은 많은 비용을 지출하겠지만, 비용의 대부분은 값비싼 교통비가 차지하게 된다. 이미 이 현상은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해야 할 올림픽 기간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해는 공유화하는 것이 자본과 권력 결탁의 속성이다. 정의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어긋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다. 사전에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 올림픽이라는 짧은 이벤트는 이 결탁을 통해 절대다수 소시민의 잠재이익을 빼앗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일부 관료들이 산업자본, 금융자본과 결탁해 특권과 이익을 누리는 시대를 우리는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우리가 희열에 도취된 이 짧은 순간, 이미 그들은 사후 전략까지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빠르면 이번 지방선거부터, 늦어도 내년부터 강원도의 정치 관료들은 올림픽 이후 활성화되지 않는 각종 시설의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또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한 지원과 환경파괴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를 요청할 것이다. 사전에 제시했던 뻥튀기된 수치와 이미 들어간 공적비용의 과오는 당연히 자신들과는 무관한 모르는 일이 될 것이다.

올림픽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가리왕산의 복원 약속은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다. 곳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연지역의 복원은 훼손 비용의 약 10배가 들어가며,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쓴다 하더라도 기존 가치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보전의 잠재가치 측정이 불가능한 가리왕산 천연림 훼손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으니,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서는 2조원 넘게 들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강원도나 중앙정부는 애초부터 약속을 지킬 맘이 없었기에 올림픽 신청단계부터 시작했어야만 하는 복원과정을 진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현재까지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러한 복원을 진행해 본 사례조차 없다. 침체된 경제회복 명분으로 더 큰 파괴행위가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반도 현대사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은 분명 강원도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간의 소외가 이 시대 가장 큰 경쟁력인 깨끗한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과 함께 급격히 짧아진 시간적 거리로 그간 소외된 지역주민의 잠재자산까지도 자본에 넘겨주게 되었다. 정보가 부족한 대다수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만 역사 속 정부는, 특히 지방정부는 권력만을 행사하려 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뢰 없는 정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익은 권력을 가진 극소수가 챙기고 손해는 국민, 특히 강원도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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