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당의 ‘틈새’ 메울 다양한 목소리를 꿈꾼다

2020.01.16 20:55 입력 2020.01.16 21:00 수정

호주의 산불이 언제 시작됐는지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9월입니다. 사그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산불은 시드니 등 대도시가 위치한 호주 동남부를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면적 절반에 달하는 4만9000여㎢가 불탔고 사망자도 24명에 달하죠. 야생 동물의 피해도 막대합니다. 코알라 등 포유류를 비롯해 동물 10억 여마리가 화재로 죽었으리라는 추정도 있습니다. 산불 열기는 너무 맹렬해 자신의 날씨를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산불은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이죠. 되풀이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지난해 아마존 산불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대규모 산불은 바로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면서 산불 위험도 증가합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죠. 호주 산불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읽기]거대 정당의 ‘틈새’ 메울 다양한 목소리를 꿈꾼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은 이 전 지구적 재앙에 대해 아무 말이 없습니다. 환경문제만 해도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 오염, 40%에 달하는 석탄 중심 발전, 공장식 축산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평화와 안보도 마찬가지죠. 모두가 북핵에 매달려 있을 때 한국 국방 예산이 50조원을 돌파했음은 지적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핵을 들고 밑에서는 F-35A 전투기를 날리는 게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돌이켜보지 않죠. 기본적 인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폭언·체벌·강요 등에 시달리는 학생, 기본적 삶도 힘든 빈곤층, 그 존재마저 부정당하는 성소수자, 법적·신체적 폭력에 지속적으로 고통받는 외국인 노동자, 모두 선거 때만 관심을 갖습니다.

이런 무관심에는 제도적 요인도 큽니다. 이들이 뛰어온 선거판에서는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민주당계 아니면 한국당계 정당 중 하나가 이기는 선거제도에서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 제도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차이를 좁히려는 것이죠. 그래서 20대 총선에서 7.2% 정당득표율에도 불구하고 2% 의석만 차지한 정의당의 비극을 없애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녹색당, 청년당, 노동당, 동성애자당 등이 원내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당이 여러 목소리를 내면 기존 거대정당이 외면했던 이슈가 주목을 받을 겁니다. 법과 정책으로도 발전될 테죠. 당장은 아니더라도 독일처럼 녹색당이 정권을 잡는 날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호주 산불도, 동성 간 결혼도 심각하게 논의하게 될 겁니다. 민주체제 핵심은 권력 분화이니 양당체제를 끝내고 여러 당이 권력을 나누게 되면 그만큼 민주주의는 발전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발전은 쉽지 않겠죠. 기존 정치 지도자들의 퇴행적 행태가 사라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당장 한국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꾸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창피한 줄도 모르고 당당히 주장하는 걸 보면 한심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처럼 자기 진영 통합을 외치는 것 또한 미래에의 비전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극단적 정당의 출현도 가능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유럽의 경우처럼 극단적 민족주의 정당도 생길 수 있습니다.

유권자의 책임이 더 커지는 셈입니다. 다양한 정당은 그만큼 우리를 더 잘 대변하게 될 테니까요. 미움과 독선이 가득한 정당들이 득세한다면 우리 사회가 그렇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포용과 관용을 우선시하는 정당들이 득세하는 여의도, 그런 정당을 키워낼 우리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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