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텐’ 대통령이 나올 것인가

2020.06.01 03:00 입력 2020.06.01 03:01 수정

“다음 대통령은 누구?” 지난 몇 주 동안 매우 많은 사람이 나에게 이 질문을 했다. 물론 나라고 딱히 알 턱이 없다. 도대체 이런 걸 왜 나에게 물어보지?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들이 보는 세상과 소위 정책라인들이 보는 세상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뭔가 형성이 된 다음에 세상을 보지만, 정책라인들은 뭔가 형성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이 시기는 소위 ‘대선 캠프’라는 것이 지금 막 형성되는 중이다.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 경제학자

벌써 캠프가? 사실 이렇게 대선 캠프가 늦게 꾸려진 적은 없었다. 대선이 끝나면 유력 후보의 경우, 잠시의 휴지기를 거친 후 바로 대선 캠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좀 묘하다. 아직까지 캠프라고 할 만한 것이 생겨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책사라는 존재가 별거 없지만, <삼국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동양에서는 제갈공명 스타일의 책사를 아주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2012년 안철수 캠프에서는 참여연대 장하성을 좌장으로 영입했다. 그건 사건이었다. 바로 그 장하성을 현 정부는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영입했다. 그 장하성의 상대편 캠프 좌장이 장하성 이후에 정책실장을 한 김수현이었다. 누가 좌장이 되느냐, 이게 대선 캠프의 첫 번째 기싸움이다. 그러고 나면 단계적으로 분야별 선수 입장이 이어진다. 대선 캠프는 월급이 없다. 선거법상 그렇다. 그래서 대선 캠프로 간다는 것은 나름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인 정책라인에게는 일생을 건 도박과 비슷하다.

다음 대선 캠프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으니, 좌장이라고 내세운 사람이 아직 없다. 물밑에서 여러 교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어떻게든 정책라인을 확보하려는 흐름 같은 게 보인다. 낙하산을 타게 될지, 토사구팽이 될지, 아직은 모르지만 어쨌든 보좌관 등 측근 출신이 아닌 이상, 정책라인들은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가려고 한다. 나름 머리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니까 캠프의 진용만으로 이미 어느 정도 승부가 난다. 현 정부의 대선 캠프는 초호화 매머드급이었다. 대선의 승부는 사실상 거기서 끝이 났다. 홍준표는 제대로 사람을 모으지 못했다.

줄이어 꾸려질 대선 캠프에 관심
정책라인 확보 물밑 경쟁 움직임
이낙연, 선호도 1위 달리지만
논쟁 피하려는 아웃복서라 유감
양궁대표 선발전 같을 여당 경선
누가 비전으로 먼 과녁을 맞힐까

일단 드러난 데이터만으로 보자. 지난 4월28일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은 40%를 넘겼다. 한국의 대선은 50%의 득표를 하면 100% 대통령 당선이니까, 기계적으로 환산하면 이낙연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80%가 넘는다. 나머지 20% 미만의 확률을 현재 다른 후보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추세상으로도 그렇다. 2007년 대선 이후 한국은 초반의 1위 후보가 그 상태로 끝까지 달려서 결국 1등이 되었다. 노무현 이후 역전은 없었다.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줄면서, 한국 사회의 변동성이 아주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가대표 여자 양궁선수처럼, 올림픽 본선은 의미가 없고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이 더 힘든, 사실상 결승전이다. 과연 그렇게 이낙연은 10점 과녁 한가운데를 맞히는 퍼펙트 텐 대통령이 될 것인가?

그런데 고민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이낙연은 총선 기간 내내 “열심히 하자”고 했다. 박원순은 “절반을 주자”고 했다. 이재명은 “다 주자”고 했다. 격론 끝에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은 모두에게 지급되었다. 누구에게 줄지 격론이 벌어지는 동안 이낙연은 “정말 열심히 하자”고만 했다. 진짜 괜찮은 정책라인이 이낙연에게 가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뭐 하자고 한 큰 거는 종부세 완화밖에 없었다. 절반이든 모두든, 어쨌든 의견이 있어야 하는 논쟁을 그는 피한다. 아웃복서, 재미없다. 대통령은 될 것 같은데, 잘할지는 모르겠다, 이낙연 캠프행에 정책라인들이 주저하는 이유다. 되는 쪽에 그냥 줄 서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이기는 편이 우리 편”, 속된 말로 ‘양아치’다. 좋은 정책라인은 그렇게 캠프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명분이 필요하다.

평소보다 뒤늦게 시작하게 된 대선 캠프, 양궁대표 선발전 같은 민주당 경선, 그러나 아직 과녁은 멀다. 어떤 한국을 만들 것인가, 어떤 경제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는 아직 아무도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추세로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비전이 없는 대통령이 퍼펙트 텐을 하기는 어렵다. 아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심지어 미래통합당의 젊은 정치인 김세연에게도. 그도 보수가 망했다고만 했지, 어떤 세상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직 안 했다.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자”, 모든 후보가 이런 얘기만 하는 대선은 최악이다.

한두 달 후, 각 캠프에서 선거 전문가들이 홍보와 캠페인, 심지어 네거티브를 준비하는 동안 정책라인은 비전과 정책을 준비하기 시작할 거다. 네거티브 공방 대신 비전과 비전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대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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