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과 부동산 머니게임

2020.06.29 03:00 입력 2020.06.29 03:01 수정

대한민국 헌법 35조 3항은 ‘쾌적한 주거생활’이라는 용어로 주거권과 주거복지를 규정하고 있다. 가수 정수라가 ‘아 대한민국’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라고 노래 부른 게 1983년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돈 있으면”이라는 후렴구를 붙였다. 2020년, 한국의 청년들은 여전히 한국은 돈 있으면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할 것 같다. 현금 부자만 집 살 수 있다고 20대, 30대의 불만이 매우 높다.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 경제학자

지금 우리가 선분양이라고 부르는 분양제는 일본도 이 방식을 포기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유지하고 있다. 탱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진격한 1972년 10월 유신, 군부독재 시절 군인들이 분양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국회를 없애고 비상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1975년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63%였는데, 유신이 끝난 1980년에는 58%로 내려갔다. 외환위기 때에는 이 비율이 54% 정도 되었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이 비율은 조금 높아져 61.1%였고, 자기 집에 사는 자가점유율은 57.7% 정도 된다. 1975년 수준의 자가보유율은 한 번도 도달한 적이 없다. 어떤 정책을 펼치든,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국민의 55~60% 정도는 자기 소유의 집이 있고, 40% 이상은 자기 집이 없다. 분양을 이렇게 고치든 저렇게 고치든, 분양제하에서 자가보유율은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내려갔다.

분양제를 정부가 유지하는 한, 40% 정도의 국민은 집이 없거나 주거권이 불안한 상태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일본도 주택보유율은 60% 언저리고, 수도권은 좀 낮다.

국민 40% 이상이 자기 집 없어
헌법에 규정된 주거복지 못 누려
정부 주택정책을 못 믿는 청년들
갭투자라는 머니게임에 뛰어들어
직장인에게 ‘월세 보조’하는 일본
우리도 주거약자 위한 정책 펼쳐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초기에 집 없는 서민이 집을 더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때 나는 민주당 정권도 부동산에서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현이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면서 망할 게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전임인 장하성은 토건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김수현의 토지정책에는 토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방에 토건을 늘리면 그 돈이 여유자금으로 강남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일종의 토건발 부동자금의 공식이다. 정부가 분양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피하기 어렵다. 분양을 통해 서민 몇 사람이 집을 갖게 되면 그사이 몇 사람이 망해서 집을 내놓는다.

이런 식으로는 주거복지가 생겨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부에서 청약저축을 유지할 것인가? 이건 하는 시늉만 내는 거지, 이런 방식으로는 주거복지가 개선되지 않는다. 민주당 정권은 주거 제도에 대한 장기적 검토가 없다. 임대주택도 한시적으로 운영되니까, 전체 총량이 좀체 늘지 않는다. 정부의 헌법상 책무가 방기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을 중심으로 주택정책을 보자. 정부가 하는 게 믿음직하지 않으니까 일부 청년들이 전세 끼고 집 사는 소위 ‘갭투자’에 나섰다. 본질적으로는 머니게임이라 가상통화 붐과 다를 게 없다. 일부가 투자하고, 일부가 손해 보는, 그런 일이다. 그래도 그 마음속의 불만은 이해가 간다. 마냥 뭐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최근 일본과 한국 청년의 주택에서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은 웬만한 직장을 잡으면 집부터 사는데, 일본은 잘 안 산다. 일본 청년은 머니게임을 몰라서 안 하는가? 일본 기업에는 크지는 않더라도 월세 보조가 있다. 회사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월세의 절반 가까이가 기업에서 나온다. 집 사는 순간 이 보조가 끊기니까 우리보다는 집 사는 계산이 좀 더 복잡하다. 좋은 제도인데, 그렇다고 한국 기업에 갑자기 직원들에게 월세 보조를 주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다. 청년 먼저, 중소기업 먼저, 비수도권 먼저, 월세 보조를 늘려나가면 어떨까? 그 대신 다주택 소유에 대한 세금을 더 높이고, 재산세도 선진국 수준으로 좀 높여야 한다. 집을 갖는 것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정부가 책임지고 월세 보조도 주고 임대주택도 늘려서, 나머지 40% 국민들의 삶의 질을 책임진다면? 정부는 말로는 ‘집은 주거가 목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중소기업의 청년들이라도 먼저 주택 보조를 실시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우수한 산업정책이고 경제정책이다. 장관이 맨날 벤처 사장들만 만나지 말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좀 살펴주면 좋을 것 같다.

분양제 붙잡고 이리 고치고 저리 고치고 해도 집 없는 사람의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민주당 정권은 누구를 위한 주택정책을 쓸 것인가, 고심해야 할 순간이 왔다. 다주택자 고위직이 청년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금 그걸 해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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