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떡장수가 아침부터 장터에 앉아 있다. 정오가 되어도 손님이 한 명 없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우리끼리 장사를 하세!” 기다리기에 지친 한쪽이 제안했다. 다른 떡장수도 동의했다. 두 떡장수는 하루종일 서로의 떡을 돈을 주고 사먹으며 기분 좋은 장사를 했다. 장이 파할 무렵 돈 통을 확인하니 모인 돈은 한 푼도 없다. “자네도 그런가?” “부지런히 장사를 했는데 어찌 된 일인가 모르겠네.” 두 사람은 옆의 행상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물었고 모든 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김진한 헌법전문가·독일 에어랑엔대 방문학자

김진한 헌법전문가·독일 에어랑엔대 방문학자

보수야당 정치인들이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답답해한다고 한다. 상인의 역할이 물건을 파는 것이라면 야당의 역할은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견제에는 실질이 담겨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선박의 중심구조가 비틀어져 균형을 잃고 있다면 선장과 항해사에 해당하는 정치인들이 그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문제점을 확인하고, 생각을 내어 토론하고 숙고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본업이며, 야당의 견제 역시 그 실질을 전제로 한다. 본업을 떠난 견제, 그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정책이 없는 비난은 실질이 없는 가짜 장사일 뿐이다.

많은 국민이 검찰권력이 지나치게 강대해져 부패하고 불공정해도 견제할 수 없게 됐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검찰개혁 논의가 정치의 중심주제로 떠올랐다. 그 공방이 시작된 게 여러 해. 하지만 지금도 국민들은 보수야당이 그 문제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선 방향은 고사하고, 검찰 제도가 지금 그대로 좋다는 것인지,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보수야당이 정열을 보이는 것은 다른 분야, 가령 개혁 업무를 주도할 법무부 장관의 과거 개인 비리와 허물을 발굴하는 업무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비난의 소재를 발굴하면, 보수언론들은 그 비난을 확성하고, 야당은 그것을 근거로 개혁의 논의를 정지시킨다. 물론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비리와 권한남용은 조사하고 처벌되어야 한다. 하지만 항해 중인 대한민국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급한 문제가 있다면 적어도 그 두 가지 문제를 분리하여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그 문제의 비중에 맞게 각각 진행하고 처리해야 한다.

열심히 권력을 견제했음에도 변함없는 보수야당의 지지율. 그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그 현상이 밖에서 보면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당연하다. 사람들이 장터에서 사려는 건 공동체의 여러 문제에 대한 ‘객관적 문제인식과 해결책’이라는 상품이다. 정부와 여당이 만들어 파는 물건이 불만족스러운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이런 손님들조차 보수야당으로는 갈 수 없다. 이들은 진짜 장사를 내팽개친 채 얼간이 떡장사에 전념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문제뿐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 외교와 보건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좌판을 엎어놓은 채 여당의 장사가 망하는 그날이 올 것을 기다리고만 있는 야당을 보면서 얼간이 떡장수를 보듯 편히 웃을 수만은 없다. 이들에게 걸린 투자금이 적잖기 때문이다. 세비와 정당 보조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책임지기로 한 우리 공동체의 운명과 미래가 바로 그들이 웃으며 돌려먹고 있는 떡이다. 분하고 속상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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