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도시의 노래

2020.10.26 03:00 입력 2020.10.26 03:01 수정

도시를 바꾸는 데 있어 ‘시장’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세계의 도시혁신 사례를 들여다보면 시민을 설득하며 혁신을 이끌어온 시장의 역할이 돋보인다. 그중 압권은 브라질의 보통 도시 쿠리치바를 세계적 생태도시로 변신시킨 자이메 레르네르 전 시장이다. 가장 빛나는 성취는 간선급행버스로 불리는 ‘BRT(Bus rapid transit)’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천천히 재생> 저자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천천히 재생> 저자

자동차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도로와 주차장을 늘리는 정책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바꿔야 비로소 풀린다. 문제는 어떤 대중교통이냐에 있다. 대중교통의 꽃은 단연 지하철인데 문제는 막대한 건설비용이다. 서울시 9개 도시철도 노선 가운데 2호선 하나만 흑자고 나머지는 다 적자다. 1000만명 배후인구를 가진 서울이 그러할진대 국내 다른 도시들의 지하철 적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하철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되 건설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을 찾던 쿠리치바시는 ‘굴절버스’ ‘전용차로’ ‘튜브정류장’으로 구성된 BRT를 창안해냈다. 1974년, 세계 최초여서 더욱 놀랍다. 시민들은 정류장에 들어올 때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비바람과 땡볕과 추위를 막아주는 쾌적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270명을 태우는 굴절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5개의 문을 통해 신속하게 내리고 탄다. 공회전 시간이 짧아져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였다.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대중교통 분담률 80%의 쾌거를 마침내 이뤄냈다.

생태도시로의 변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파라나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청년 자이메는 1965년에 쿠리치바 도시계획연구소를 창립한다. 그리고 6년 뒤 쿠리치바 시장이 된다. 1971년부터 1992년 사이에 4년 임기 시장을 세 번 역임했고, 1995년부터 8년간 파라나 주지사로 일했다. 단체장 경력만 20년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및 재활용률 세계 1위, 1인당 녹지면적 세계 2위 역시 오래 공들여 거둔 결실이다.

자이메 시장의 도시혁신 철학을 응축해놓은 게 2007년 봄 캘리포니아 몬테리에서 했던 테드(TEDx) 강연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의 노래를 불러요(Sing a song of sustainable cities)’라는 제목의 16분 분량 강연 요지는 이러하다.

“어떤 종류의 도시문제도 3년이면 풀 수 있다. 도시가 너무 커서, 예산이 적어서 안 된다는 말은 다 핑계다. ‘공동책임방정식’과 창의적 ‘디자인’에 답이 있다. 이기적인 자가용보다 친절한 굴절버스를 타게 하라. 자꾸 새로 짓지 말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되, 24시간 다목적으로 쓰이게 하라. 개구리가 왕자로 변신하듯 공간과 시설도 변신할 수 있다. 거액이 드는 ‘수술’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도시침술’이 답이다. 예산액의 동그라미가 하나둘 줄면 도시문제는 오히려 더 잘 풀린다.”

강연은 노래로 마무리된다. “둥치뚱! 둥치뚱! 가능해요! 할 수 있어! 자동차는 덜 타고, 탄소를 줄여요! 회사 가까이 살고, 집 근처에서 일해요. 에너지를 아끼고, 쓰레기는 분리해요! 더 절약하고, 덜 버려요. 가능해요! 할 수 있어! 제발! 당장!” 자이메 시장이 만든 멋진 이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불리면 참 좋겠다. 지속 가능한 도시, 노래로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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