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참사의 교훈

2021.07.28 03:00 입력 2021.07.28 03:01 수정

중국은 지난 한 주 허난(河南)성에 쏟아진 폭우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허난성에서는 이번 폭우로 지난 26일 현재까지 69명이 사망하고, 129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鄭州)시다. 이곳에는 지난 20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201.9㎜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섬 지역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시간당 강우량이다. 지난 17~20일 72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617.1㎜로, 이 지역 연간 평균 강수량 640.8㎜와 맞먹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천년 만의 폭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는 지형적 특성과 태풍의 영향, 기상이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인력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대처 능력이다. 일단 기상예보가 빗나갔다. 기상당국은 허난성 일대에 많은 비를 예상했지만, 비가 19일 정저우에서 100㎞ 정도 떨어진 자오쭤(焦作)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저우 등지의 강수량은 많지 않을 것이란 예보였다.

하지만 폭우는 하루 늦은 20일 정저우를 강타했다. 시 당국은 예상치 못한 폭우에 우왕좌왕했다. 20일 오전 최고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지만, 이미 많은 시민들이 출근길에 오른 뒤였다. 중국에서는 폭우가 예상되면 시민들에게 출근 자제 등을 권고하지만 한발 늦은 상황이 된 것이다. 뒤늦은 대응은 참사로 이어졌다.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진 오후 5시 이후 퇴근 인파로 가득 찼던 정저우 지하철 5호선 열차가 갑자기 멈춰 섰고, 지하철 안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500여명의 시민이 지하철에 고립됐으며,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뿐만 아니라 며칠 뒤 물이 빠진 도심의 한 터널 안에는 차량 수백대가 뒤엉켜 있었고, 이곳에서도 최소 4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시민들은 왜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지 않았는지, 터널 내 차량 통행을 왜 통제하지 않았는지 분통을 터트렸다. 폭우 당시 현지 위성방송과 관영매체들은 재난 방송을 하지 않고 드라마를 내보내거나 다른 나라 홍수 소식을 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자초했다. 총체적 부실 대응이 부른 인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 25일 중국에는 태풍이 상륙했다. 정부와 현지 언론들은 뒤늦게 허난성 참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리커창 국무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홍수 방지와 재난 구조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작은 희망만 있어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사실에 기초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 소식이 전해졌다. 김용균재단 이사장,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 등 재난·산재 참사 피해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는 무수한 재난과 산재 참사의 상징이며, 광화문 기억공간은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참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모두의 ‘기억과 다짐’의 공간”이라며 존치 방안을 요구했다고 한다. 어느 나라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무다. 재난을 기억하고 교훈을 잊지 않는 게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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