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심으면 탱자만 열리는 정치

2021.12.31 03:00 입력 2021.12.31 03:03 수정

누가 이길까? 요즘 초미의 관심사다. 엎치락뒤치락 중인 가운데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시장에서는 승자 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ESG라는 용어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이다. 이 용어는 2004년 말 유엔 글로벌콤팩트에서 작성한 보고서 ‘Who Cares Wins-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에 처음 등장하였다. 거칠게 직역하자면 변화하는 세계와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돌보는 쪽으로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여태껏 비재무적인 영역에 속했던 이슈를 재무적인 것으로 환산하여 돈만큼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기존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들을 초래하기에 이를 방지하는 쪽으로 업역을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2004년 이래로 지지부진했던 ESG 경영 프레임이 지난 몇 년 동안 기후변화가 초래한 천재지변과 코로나19로 단박에 일급 경영 목표가 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최후의 승리란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면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성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정부다. 정부의 최고 통수권자는 대통령이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후위기 앞에서 자본주의 자체가 대전환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치는, 특히 작금의 선거 과정은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열망과 역할의 엄중함에 비해 낙후해 보인다. 왜 유권자가 후보를 걱정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형편인지 여기서까지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왜 이렇게밖에는 안 되는지 생각해보고 싶다.

어느 조직이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정당이든 사람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통상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Succession Plan 즉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두고 채용 이후 성과 검증을 통해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육성하고 있다. 조직에 있으면 누구나 역량의 유효기간이 있다. 내 부하가 내가 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내 역량은 시효가 끝난 것이다. 상사는 부하를 키우면서 스스로 더 올라갈 수 있는 역량을 또 키워야 하는 게 도전 과제다. 이런 승계 과정의 선순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이미지만 있고 역량은 알 수 없었던 지도자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정당이 지속 가능 관점에서 다음을 생각하고 사람을 길러낼 시스템을 갖지 못한다면 그런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이런 선거에서 이긴다 한들 누가 승자라고 할까!

어떤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반드시 선행 요인이 있다. IT 강국이 되기 전에 전자공학과의 입시 커트라인이 의과대학보다 높던 시절이 있었고 천재들이 영화판으로 몰려들면서 아카데미상도 가능하게 되었다. 인재들이 몰리는 곳에 성취가 있었다.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그토록 중요한 정치에 왜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들지 않는 것일까. 아니 왜 우리나라 정치는 귤을 심으면 탱자만 열리는 걸까.

오늘 하루만 지나면 새해다. 멸종위기종 호랑이 기세로 부디 이 난장을 다스려줄 승자를 기다려본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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