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권연대는 정치공학 아닌, 민의를 반영하는 방법이다

2016.03.28 20:48 입력 2016.03.28 20:50 수정

4·13 총선의 수도권 선거구 122곳 가운데 104곳(85.2%)이 ‘1여 다야’ 구도라고 한다.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 서울 선거구 49곳 중 42곳, 경기 60곳 중 50곳, 인천 13곳 중 12곳에서 복수의 야당 후보가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253개 선거구 가운데 177곳(69.9%)이 1여 다야의 지형이다. 이대로 간다면 야권은 공멸을 면하기 어렵다.

야당의 현실인식은 그럼에도 취약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당은 총선 목표로 40석을 내세웠다. 그러나 호남 외에 당선 가능한 지역구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당은 후보들이 임의로 다른 당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제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 연대 불가를 천명하는 것이야 있을 수 있으나, 개별 후보에게 이런 압박을 가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후보들이 공천을 받았다고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권리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에 걸맞은 포용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용이한 정의당과의 연대에 소극적인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 막판 제1야당으로의 쏠림 현상을 바라는 듯하나 어불성설이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어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더민주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상승했다. ‘전략적 투표’를 기대할 처지가 아니다.

야권연대를 두고 당리당략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야권이 연대하면 여당이 불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정치공학으로 치부하는 것은 협소한 인식이다. 선거의 목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일이다. 문제는 기존 선거제도에서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소선거구제에선 여야가 1 대 1 대결한다 하더라도 사표(死票)가 불가피하다. 하물며 1여 다야 지형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안팎이다.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을 합친 야권 지지율은 거의 모든 조사에서 여당을 앞선다. 그러나 현 구도 그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대규모 사표가 발생하면서 새누리당이 과반은 물론 180~200석까지 얻을 수 있다. 40% 지지율을 가진 당이 50%를 넘어 60~70%까지 의석을 가져간다면 민의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야권연대는 민의 왜곡을 막는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4월4일부터 투표용지가 인쇄된다. 이후엔 사퇴한 후보 이름이 용지에 남는 만큼 ‘반쪽 단일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세 야당은 지금 감정적 충돌을 자제하고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야권은 공존과 공멸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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