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북 병사의 인권 논란이 한국 사회에 던진 교훈

2017.11.23 20:38 입력 2017.11.23 20:46 수정

판문점 탈북 병사의 치료를 둘러싼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중증외상센터장)와 정의당 김종대 의원 간의 설전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먼저 결코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병사는 탈북과정에서 어깨와 허벅지, 폐와 복부 등에 5발의 총상을 입었고, 병원 이송 당시 맥박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중태였다. 이국종 교수가 병사 체내의 기생충을 언급한 것은 응급수술을 받긴 했지만 언제든 위중한 상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려던 뜻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가뜩이나 의료계로부터 질시를 받아왔고, 심지어 ‘중증환자도 아닌 석해균 선장을 데려와 수술하는 쇼를 했다’는 음해도 난무했다. 그런 그가 “환자를 간신히 살렸는데 엉뚱하게 기생충이 수술부위를 뚫고 나와 문제가 생기면 어떤 비난을 감수할지 모른다고 항변한 점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김종대 의원의 ‘환자 프라이버시 침해’ 지적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김 의원은 23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떤 분들은 탈북인들과 식사하기가 꺼림칙하다고 한다며 ‘기생충 논란’의 파장을 우려했다. 북한에 대한 혐오 증폭은 둘째 치고, 가뜩이나 편견 속에 살아가는 탈북인들이 받을 상처가 우선 걱정이다. 김 의원이 방점을 두려던 것은 환자치료 상황에 대한 국가의 무리한 개입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다. 다만 치료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논란이 첨예화된 데는 이념 갈등을 유발한 일부 언론의 책임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인권에 눈감는 진보’라는 엉뚱한 인식을 심어줄 절호의 기회라고 간주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행히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김 의원이 사과의 뜻을 밝혔으니 이것으로 일단락되길 희망한다.

대신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교수의 발언을 통해 불거진 중증응급의료의 열악한 현실이다. 중증외상환자 대다수는 생산·일용직, 영세자영업자 같은 기층민들이다. 사회안전망이나 다름없지만 의료수가 보상이 미흡한 데다 건강보험 급여비를 청구하면 삭감되기 일쑤다. 이들이 병원을 찾지 못해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이 교수의 22일 기자회견 발언은 울림이 크다. “위험한 일로 다쳤을 때 ‘골든아워’ 내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나라에 살기 위해 북한군인은 사선을 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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