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항공사의 부적절한 유착

2015.01.04 20:46 입력 2015.01.04 20:49 수정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 교수

항공기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항공기 사고는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활주로라 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1977년 스페인 로스 로데오 공항 활주로에서 일어난 사건은 활주로 충돌도 공중 충돌사고 못지않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지상 활주 중이던 팬아메리칸 항공과 이륙 중이던 KLM의 보잉 747 항공기 2대가 안개로 인해 상호간 사전확인이 안돼 충돌한 것이다. 583명의 사망자와 61명의 부상자를 기록한 대참사로, 단일 사고로는 사상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활주로에서의 항공기 항로변경도 악천후나 활주로 노면 결빙과 같은 환경 요인과 겹쳐서, 다른 항공기와 상충된다면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시론]국토부와 항공사의 부적절한 유착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하고 승무원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죄 등을 적용해 조 전 부사장을 구속했다. 만일 이 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대형 인명피해를 촉발시켰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를 한 것이다.

항공기 운항 중에는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의 책임 아래 승객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항공기 운항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 이 같은 운항시간 중에 정상 운항을 방해하는 일은 재벌이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의 대처도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초동조사는 분명히 불공정했다. 조사관의 출신 성분이야 그렇다치고,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대한항공과의 유착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땅콩 회항’ 파문을 일으킨 대한항공 여객기에 국토부 직원 2명이 탑승해, 당시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사건의 진실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이를 무시하고 닷새 동안이나 사실상 탑승 자체를 은폐했다. 사무장 조사 때 대한항공 임원을 동석시킨 사실은 불공정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국토부의 항공사건 조사 시스템은 엉망진창이다. 대한항공의 사실 은폐보다도 더 지탄받아야 할 대상은 국토부의 은폐와 조작이다.

이참에 국토부와 항공사의 유착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왜냐하면 공무원의 비리는 승객의 안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자체조사 결과 국토부 공무원 가운데 항공사로부터 좌석을 승급받았다가 적발된 사람이 최근 3년간 3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 본다. 자체조사가 아닌, 감사원이나 검찰 조사가 이루어지면, 그리고 항공청 이외의 부서와 정부조직 전체로 조사범위를 확대한다면, 그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항공기의 안전점검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을 갈 때 항공사로부터 좌석 업그레이드 혜택을 받는다면, 제대로 된 감독과 점검이 이루어지겠는가? 실제로 항공사 내에서 정비업무가 날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마피아식 의리로 사조직이 되어 가는 일부 공무원들이 이처럼 사고와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향후 유사한 사건·사고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수립하고 예방할 수 있단 말인가?

재벌은 대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간혹 실형을 받는다 해도, 경제살리기란 허울 아래 사면과 가석방으로 풀려나와 다시 회사를 통제하고 직원들을 지배한다. 중대범죄를 저지른 재벌에게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엄격히 적용하는 사회 여론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선택적 망각을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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