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사라진 민주당, ‘박근혜 딜레마’에 빠져

2009.05.13 18:15 입력 2009.05.13 23:08 수정
최우규·이인숙기자

재보선 승리하고도 관심 멀어져… 반전카드·대안인물 ‘고민’

민주당이 4·29 재·보선에서 수도권 승리로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불과 2주 만에 다시 ‘존재감’이 사라져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내분, 의제 설정의 집중도 부족 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지만 공통점이 있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여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민심의 반사이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 고민거리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야당이 아닌 ‘여당 내 야당’으로 색깔지워진 친박이 가져가는 ‘박근혜 딜레마’에 민주당이 빠져 있는 꼴이다.

민주당의 부진을 놓고 강기정 대표비서실장은 13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둘러싼 당 내분이 컸다”면서도 “지금 박 전 대표가 부각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선숙 홍보위원장도 “박 전 대표가 존재감이 있는 반면 민주당은 소구력이 약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우리 정치 환경에서 실질적 야당 당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라며 “야당이 무슨 소리를 해도 먹히지 않지만, 박 전 대표는 몇마디로도 정국을 뒤엎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정부와 여당 방침을 뒤집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 때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선후가 바뀌었다”고, 한달 뒤 1차 입법전쟁 때 “여당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최근엔 천신일 세중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일으킨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관계자 구속 등 공안정국 같은 굵직한 의제가 연이어 터졌지만 민주당 목소리는 여의도 바깥에까지 들리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반대하면서 생긴 한나라당의 싸움이 세간의 이목을 끌어갔기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치사회조사팀장은 “민주당이 ‘반MB’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면인데도 못했다”며 “지지층이 민주당에 여전히 실망하고 있고, 박근혜 또는 친박이라는 강력한 호감 세력이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박 전 대표 존재가 지지율 정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딱히 반전 카드가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다. 박 전 대표를 공격해봐야 ‘내정 간섭’이고, 오히려 부각시켜주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며 “그래야 두 사람을 묶어 비판하면서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결국 대안세력으로서 인물을 키워내야 한다는 교과서적 결론밖에 없다. 윤호중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인물은 당이 키운다고 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인물을 찾을 때 커진다”며 “국민이 찾을 때 내세울 만한 인물을 키워내고 당 체질을 차근차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