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전체적으론 잘되고 있다”

2011.04.12 22:00

국회 교과위 질타에 ‘버티기’

감사 결과 이의 제기했다 이주호 장관에 잘못 지적 받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12일 전체회의는 사실상 ‘서남표 청문회’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퇴 압박이 거셌다. ‘대학 개혁’의 모델로 표상이 됐던 카이스트(KAIST) 서남표 총장은 잇단 학생들의 자살에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끝내 ‘사퇴’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서 총장은 회의 모두에 미리 준비한 A4용지 2장 분량의 현황보고를 읽으면서 “국민과 유족들에게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중간 중간 울먹이기도 하고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자살 원인으로 지목돼 논란이 인 “등록금 차등 지원제는 폐지하고 영어강의는 학생들 의견 수렴을 통해 완화하겠다”면서 뒤늦게 개선책도 내놨다.

그러면서도 서 총장은 “전체적으로는 (학사운영이) 잘되고 있다고 본다.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고 비켜갔다.

서남표 카이스트(KAIST) 총장이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태에 대해 답하다가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서남표 카이스트(KAIST) 총장이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태에 대해 답하다가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의원들은 학사운영에 대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날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학교 외벽에 안내된 정신상담센터 전화번호가 결번으로 나온다”며 상담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당 박영아 의원은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카이스트가 5년간 개혁이란 이름으로 해온 양적 팽창에 있다”면서 징벌적 등록금과 총장의 학생 고소 사건, 평의회 미구성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은 아예 이번 사건을 “이명박 정부의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교육정책이 빚어낸 상징적 사건”(김상희 의원)이라고 규정하며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번 사태를 우선적으로 수습하고 사퇴를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하는 게 국민정서에 맞는 해법 아닌가. 오늘 국회 올 때는 애도 표시로 검은 리본이라도 달고 오는 게 맞다”고 질타했다. 서 총장은 그제야 검은 리본을 챙겨 달았다.

하지만 서 총장은 ‘버티는’ 자세를 견지했다. “지금은 사퇴할 뜻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고, 교과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틀린 내용이 많이 있다.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카이스트 이사회 중 3명을 교수로 임용한 사실을 거론하며, “재임 중 이사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조차 “너무 자리에 연연하는 것처럼 보인다”(권영진 의원), “소통이 안되는 것 같다”(임해규 의원)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만 한나라당 내부는 서 총장 사퇴 여부를 놓고 혼돈스러운 모습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정책이 옳았다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맞다.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 총장 재임 중에 다섯이나 떠나갔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반면 “퇴진 요구는 지금 적절하지 않다.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서상기 의원)는 ‘반대론’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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