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에 쏠린 눈, 말 없는 박

2011.12.07 21:57 입력 2011.12.07 22:41 수정
이지선 기자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53)이 7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자 눈길은 ‘과연 박근혜 전 대표와 교감을 이룬 결정이냐’에 집중됐다. 교감이 있었다면 박 전 대표 등판은 시기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다. 당 쇄신과 공천, 예산 처리 문제에서 박 전 대표와 홍준표 대표는 현재로선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로 불린다. 궂은일이 누구 손에 맡겨지느냐로 보기 때문이다. 홍 대표 체제가 정치적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등판 시점과 형식에 관심이 쏠린다.

유 최고위원과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유 최고위원의 사퇴 소식을 사전에 접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표와 이날 오전 통화했다는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퇴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나 결론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교감은 이뤄졌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콕 집어서 말하지는 않았겠지만 (박 전 대표와) 어느 정도 인식 공유는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제 더 이상 현 지도부로는 어렵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한 핵심 의원은 홍 대표가 당 쇄신을 책임지고 가라는 의원총회 결론을 두고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낼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기름을 부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 측은 유 최고위원 사퇴와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두고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한 측근은 “자꾸 등판한다고 하는데 현재 등판할 마운드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 ‘판’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의 구체적인 등판 시점과 방식은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 쇄신 등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박 전 대표는 경향신문 ‘이상돈·김호기의 대화’에서 “한나라당이 새 비전, 새 정책, 새 인물로 재창당 수준으로 변해야 한다”고 밝히며 당의 변화를 직접 압박했다.

유력한 시나리오는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맡는 방식이다. 홍 대표가 물러날 경우 지도부에 남아 있는 최고위원들과 당 중진들이 비대위를 꾸리고 박 전 대표를 추대하는 그림이다. 시점은 예산국회를 마무리한 뒤 이달 말에서 내년 1월 초를 예상한다.

박 전 대표가 바로 재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등을 통해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쇄신파 등과 함께 구태 청산, 부자당 이미지 탈피를 위한 정풍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고민도 남는다. 홍 대표가 끝까지 남아 공천·예산 문제 등을 매듭짓고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그림을 그렸던 일부 친박계에선 “나오는 순간 흔들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면 등판 후 공천 과정이나 친이계와의 마찰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친박계에서 의견이 갈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박 전 대표가 총선과 대선의 중대한 시험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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