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홍준표 “다수가 찬성하면 퇴진”

2011.12.07 22:04 입력 2011.12.07 22:45 수정

내년 2월까지 재창당 구상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57)는 최고위원 3명이 물러난 7일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의 국정조사·특별검사제 수용과 재창당 카드를 들고 버틴 것이다.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직 유지’ 결론을 냈지만, 정치적으로 붕괴된 홍준표 체제가 막 내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그러나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예산국회’와 ‘재창당 계획’을 대표직 존속의 명분으로 삼았다. 안일한 대응 문제로 당 안팎에서 질타를 받았던 디도스 사건도 “국민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조나 특검까지 하겠다”고 물러섰다. 또 “지금은 예산국회에서 민생현안과 정책쇄신에 전력을 다할 때”라면서 “예산국회가 끝난 뒤 당 혁신을 비롯한 정치쇄신을 위해 한나라당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대권·당권 분리 조항도 대선 후보들이 당 전면에 나올 수 있도록 개정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들을 매듭짓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현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사퇴했기 때문에 홍 대표 체제가 무력화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7명”이라고 답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지금 개혁을 주장하시는 분들이 개혁정책을 내어놓은 일이 있었는가. 입으로만 개혁하고, 당내 문제가 있을 때에는 상처를 보듬을 생각은 안 하고 소금을 뿌린다”며 “(대표가)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당의 혼란을 가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퇴한 최고위원들과 퇴진을 압박하는 쇄신파를 비판한 셈이다.

홍 대표는 예산국회까지 시간을 벌면서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희망연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신당 등과 보수 대연합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지역구 불출마 선언까지 감수하면서 대표직 사퇴 요구를 돌파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당 안팎의 압박에도 대표직을 고수하는 데는 지금 물러나면 자신의 정치인생이 끝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홍 대표는 이날 밤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말을 인용해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남겨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홍 대표의 사퇴는 큰 틀에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식물 대표’가 될 수밖에 없고,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전 대표(59)가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54)은 “한 달 후 모습을 생각하면 홍 대표 체제가 아니다. 홍 대표가 이렇게 나오는 게 비굴하고 더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홍 대표는 5개월 동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잇단 막말로 설화를 겪었으며 지난달 29일 쇄신 연찬회에서도 사퇴론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디도스 사건으로 홍 대표 체제의 정치적·자연적 붕괴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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