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왜 야당을 버렸나

진보·개혁 깃발도 선거 때만 되면 ‘우향우’ 정체성 오락가락

2014.08.03 21:48

(3) 정책 노선·비전 부재

7·30 재·보궐선거까지 패배를 거듭한 제1야당의 ‘잃어버린 10년’에선 ‘정체성 부재’ 문제가 심각하게 도드라진다.

지지층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겠다며 진보·개혁 깃발을 들다가도 선거 전후만 되면 ‘우향우’로 방향을 틀었다. 매번 중도층 외연 확대로 포장했지만 이는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정책을 양산하고 수권정당의 비전 제시 실패로 이어졌다. 내부의 노선 논쟁·갈등만 심화하면서 이념적 ‘잡탕 정당’ 이미지만 커졌다.

▲ 내부 노선 갈등만 심화 ‘잡탕 정당’ 이미지 키워
2008년 총선 패배 이후엔 ‘한나라 2중대’ 오명까지

열린우리당은 2005년 5·31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신강령 제정작업에 돌입했다. 사회양극화 극복을 의제로 설정했으면서도 정작 부각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성장 담론에 가세한 것이지만 결과는 600여만표 차 참패였다.

대선 패배 뒤 통합민주당은 강령에서 ‘성장과 복지를 함께 추구하는 중도개혁주의 정당’을 선언했다. 이념적 정체성 측면에서 열린우리당보다 우클릭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총선도 81석만 건지면서 대패했다. 2009년 정세균 대표는 생활정치와 성장을 강조하는 ‘뉴민주당 플랜’을 구상했다. 당내에서조차 “한나라당 2중대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이 나왔다.

그러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으로 승리, 한동안 좌측 깜빡이를 켰다. ‘3무 1반’(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복지를 제기하며 정국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가 복지 정책을 강화하면서 사정은 변했다. 오히려 복지론의 주도권이 ‘여당 내 야당’이던 친박계로 넘어간 듯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전에는 당의 담론을 이끌 핵심 그룹이 있었지만 18대 국회 때는 당 전체가 정체성과 이념적 응집력이 약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2012년 대선 패배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는 지난 3월 통합 일성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실을 고르게 누리는 사회”를 강조했다. 충실한 대선 패배 평가 없이 당 정체성을 우클릭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공천 폐지 번복, 당 강령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삭제 논란 등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노선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채 정치공학만 따져 합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러는 동안 수권정당으로서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제1야당의 비전은 오로지 ‘반새누리’ ‘정권심판론’이 됐다. 그때그때 이슈에만 집중하느라 시대 상황과 집권 전략에 맞춰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는 데는 소홀했다. 잦은 ‘선거용’ 합당도 신뢰를 떨어뜨렸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야당의 참패를 ‘세월호 참사 심판론, 정권심판론에 기댄 야당의 잘못된 선거전략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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