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보선 ‘야당 참패’ SNS는 알고 있었다

2014.08.03 21:44 입력 2014.08.03 22:36 수정
유승찬 | 정치평론가·스토리닷대표

‘두 거물’ 손학규·김두관 트위터 언급량 미미… 선거 캠페인 주도 못해

야당 ‘투표 동기’ 못 줘… 2030세대 선거에 냉담

7·30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5개 선거구 중 가장 뜨거웠던 지역은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이었다. 이는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나타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7월17일부터 29일까지 주요 후보 인물 키워드 언급량 분포에서 압도적 1·2위는 정의당 노회찬(15만773건), 새누리당 나경원(11만5951건) 후보였다. 3위는 선거 초반을 뜨겁게 달군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9만9117건)였다.

[기고]재·보선 ‘야당 참패’ SNS는 알고 있었다

나는 이번 선거 결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많은 전문가들과 심지어 여야가 가장 많이 예측한 결과는 8 대 7이었다. 나는 10 대 5 확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11 대 4라고 예측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 승리가 확정적인 지역구는 전남 순천·곡성을 뺀 호남 세 곳과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인 수원정(박광온 당선) 네 곳이었다. 여당은 영남 두 곳과 충청권 세 곳, 경기 수원을과 평택을에서 확고한 우세를 보였다. 여야 7 대 4는 고정이었다. 순천·곡성과 동작을은 막판까지 지켜봐야 할 초경합 지역이었다.

선거 승패를 예측하기 위해 주목한 지역구는 손학규·김두관 등 야권의 두 거물 후보가 출마한 수원병과 김포을이었다. 두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여당 텃밭이었으며 야당 후보들은 이른바 ‘뜨내기’였다.

야당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도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인물 경쟁력에서 앞선 야당 거물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미련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런 ‘미련’이 8 대 7 예측의 유일한 근거였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SNS 언급량을 결합했다. 놀랍게도 손학규·김두관 후보 언급량은 노회찬 후보의 10% 안팎인 1만9346건과 1만3951건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학규 후보는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2만3210건)보다 언급량이 적었고, 김두관 후보는 홍철호 후보(1만5723건)보다 언급량이 적었다.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마디로 선거 캠페인을 주도하지 못한 것이다.

여론조사 추이, 지역적 특성, 해당 지역 인구통계학적 분포, 세대별 투표율 가중치 등 전통적인 통계에 SNS 언급량 추이를 감안해보면 두 지역에서 여당 후보 승리는 예측 가능했다. 이에 비해 박광온 후보는 손학규·김두관 후보에 비해 인지도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딸의 ‘효도 트윗’ 신드롬 등이 결합하면서 5만6518건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언급량을 기록했다. 이렇게 보니 9 대 4가 확정적이었다. 서울과 전남 두 곳의 결과에 따라 10 대 5 또는 11 대 4가 될 것이었다.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과 2030세대의 참여율이었다. 두 지역구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2030 참여의 바로미터인 트위터는 매우 조용했다. 인증샷도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선거일인 7월30일 ‘투표’ 언급량은 3만4212건이었는데 이는 지방선거 투표일이었던 6월4일 ‘투표’ 언급량 27만4338건의 12.4%에 불과한 수치다. 즉 야권은 2030에 투표 동기를 전혀 부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의 공천파동은 정치적 냉소를 전파했고, 야당다운 선명성도, 차별화되는 정책공약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세대투표 현상을 감안하면 트위터에서 선거 열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선거에서 트위터는 침묵했다. 결국 11 대 4라는 선거 결과는 예측 가능했던 셈이다.

선거 예측은 다른 분야보다 어려운 편이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고 무엇보다 인적 요소들이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선거 시기 언론기사들은 예측을 방해하는 이른바 ‘소음’을 부풀리곤 한다. 가령 ‘유병언 시신 발견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식의 근거가 불충분한 얘기들을 퍼뜨리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 예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당파적 신념, 즉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거 예측 전문가인 미국의 네이트 실버는 <신호와 소음>에서 “집단 예측이 개인 예측보다 10~25%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만 해도 단일 여론조사를 믿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별, 조사 날짜별, 조사방법별 특징과 정확도를 감안하고 여기에 추세를 같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세대투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40대 세대가 주축인 SNS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는 것은 선거 예측에 필수적이다. 여론조사가 놓친 미세한 흐름을 SNS는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